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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삼성-애플, 둘만 남나…스마트폰 치킨게임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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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유율 1위 삼성…판가인하로 스마트폰 가격 통제

삼성·애플 '투톱' 여전…대당 영업이익은 애플 1위

나머진 손익분기점 0달러도 턱걸이…3위권과 격차↑

세계파이낸스

(사진=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치킨게임에 들어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兩强) 구도’가 굳어지고 있다.

성장세 둔화가 온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판매가격 인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3위권 업체들이 시장점유율을 늘리지 못하고 오히려 삼성전자 및 애플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24일 정보통신기술(IT)·모바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전분기 대비 5.2%p 개선된 34.8%로 추정된다. 애플도 14.7%를 차지한 것으로 예측되면서 삼성전자와 애플 두 회사의 점유율 합계가 50%에 육박하는 과점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의 1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8900만~9000만대로 석 달 사이에 400만대가 늘어날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애플의 스마트폰 판매량에 대한 컨센서스는 3800만대다.

반면에 3위권 업체들의 1분기 실적은 기대할 만한 상황이 못 된다.

LG전자가 전분기보다 7.6% 감소한 122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했고, 핸드셋 부문에서 540억원의 영업적자를 시현한 것으로 관련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중국 업체인 HTC 역시 얼마 전에 발표된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대비 22.6%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핸드셋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trategy Analytics, SA)가 집계한 휴대폰 업체들의 지난해 4분기 기기당 영업이익을 보면, 애플이 1대당 223달러의 마진으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삼성전자는 대당 39달러로 애플에 이어 2위였다.

하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업체들은 기기당 영업이익이 0달러에 불과했다. 휴대폰 판매의 가장 호황기인 4분기에도 가까스로 손익분기점을 지키는 수준에 머문 것이다.

3위권 업체들의 대당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TCL(4달러), 소니(3달러), 레노보(2달러) 등 단 3곳만이 겨우 0달러를 모면했다. 샤프·ZTE·Others 3개사는 0달러를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점유율 3위로 올라선 LG전자는 -4달러로, 흘러간 제왕인 노키아도 -4달러로 각각 조사됐다.

특히 스마트폰 중·저가화에 있어 최대 위협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업체들이 삼성전자와 애플 앞에서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 휴대폰 업체인 화웨이(Huawei)는 기기당 영업이익이 -2달러였고, 레노보(Lenovo)도 0달러에 그쳤다.

게다가 이들 회사의 스마트폰 판매가격은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각각 131달러, 88달러로 시장 평균인 270달러를 크게 밑돈다. 이 때문에 해당 업체들은 스펙 다운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현 수준에서 판매가를 더 낮추기는 힘든 상태다.

또 다른 중국 업체인 HTC는 휴대폰 1대를 팔 때마다 11달러나 손해를 봤다. 중국 업체는 아니지만 블랙베리와 모토로라는 무려 39달러, 203달러에 각각 이르는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스마트폰을 팔고 있었다.

세계파이낸스

(사진=동부증권 리서치센터)


스마트폰 시장은 과거 코어(Core)·메모리·디스플레이 해상도 등 하드웨어 기술력과 완성도, 스펙 경쟁에서 점차 가격과 센서·인터페이스 등 주변 기능으로 화두를 옮겨가고 있다.

이중 가격 민감도는 스마트폰 시장의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성패는 판매가격과 제반 비용 통제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신제품인 ‘갤럭시S5’를 전작에 비해 인하된 가격(86만6800원)에 출시했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Gartner)는 올해 스마트폰 연간 출하량을 19억대로 전년 대비 4.9%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성장 둔화가 온 스마트폰 시장을 감안할 때 치킨게임을 통해 3위권 업체들을 대대적으로 정리하고 ‘투톱’ 체제를 공고히 해 삼성전자와 애플이 점유율 확대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갤럭시S5 가격을 내린 여파가 여타 스마트폰 제조회사에도 미치기 시작했다”며 “애플은 반대로 아이폰6의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어 양사의 상반된 가격정책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애플이 아이폰6 판매가를 올릴지 아니면 내릴지 아직 확답하기 힘들지만, 설사 애플이 아이폰6 가격을 올리더라도 인상 폭은 생각보다 높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동부증권 유의형 연구원은 “애플과 삼성전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휴대폰 업체들의 경우 부품 조달 상의 변화가 있지 않는 한 더 이상 판매가격을 낮추는 치킨게임에 동참하기 힘든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유 연구원은 “시장에서 위협 요인으로 여기는 중국 업체들의 경우에는 오히려 그 여지가 더욱 적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수직 계열화된 부품 공급체계를 통한 원가절감 능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용 통제 측면에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사업부로 자체적인 공급 망(Supply chain)을 구축했다는 점은 안정적인 공급과 더불어 삼성전자의 중요한 강점이다.

유 연구원은 “글로벌 점유율 및 기술 선도력에서 1위를 점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공급 망이라면 더욱 강력한 지원이 된다”면서 “최근 반도체의 업황은 이런 장점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2년 엘피다의 파산과 마이크론의 인수로 인해 재편된 디램(DRAM) 업체는 그동안의 치킨게임을 끝내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빅2’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마진을 향유하며 공급 통제에 들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과거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TV 시장에서 보여준 치킨게임의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일본의 반도체 업체들과 대만의 신흥업체들이 10여년 사이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샤프나 파나소닉이라는 이름만으로도 100달러 넘는 프리미엄이 있었던 일본 TV 메이커가 이제는 세계 10위권 밖 소수업체로 전락해버린 TV 시장의 격변이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박일경 세계파이낸스 기자 ikpark@segye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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