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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단원고 심야 학부모 회의 "합동 장례식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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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진도=뉴스1) 김한식 기자 =

뉴스1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발생 8일째인 23일 전남 진도군 진도실내체육관에서 한 실종자 가족이 군의료진의 도움을 받고 있다. 2014.4.23/뉴스1 © News1 한재호 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발생 9일째로 막 접어든 24일 0시 10분께.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있는 진도실내체육관 2층 왼쪽 관람석 구석에서 심야 회의가 열렸다. 이번 사고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안산 단원고 2학년 부모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2학년 4반, 2학년 5반, 2학년 6반….

차가운 바닷속에 갇힌 아들 딸을 대신해 열린 반별 학부모 회의에서는 수색상황이 비교적 자세히 설명됐다.

반 대표로 뽑힌 한 아버지가 선박모형이 그려진 흰 종이를 가리키며 "이 곳에서 가장 많은 시신이 수습됐다고 하네요", "지금은 철판을 뚫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고 말하자 학부모들의 표정은 이내 상기됐다.

10여분간의 수색상황 소개가 끝나고 회의 주제는 자녀들의 합동 분향소와 장례 문제로 옮겨갔다.

이날 회의는 전날 회의에서 결정하지 못한 자녀들의 합동 장례여부에 대한 의견을 다시한번 모으기 위해 열렸다. 하지만 회의 시간 내내 어느 누구 하나 선뜻 입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자녀들이 생환하지 못할 경우 영원히 같은 반으로 남을 수 있도록 합동 장례를 치르고 추모공원을 조성하는데는 이미 합의했지만 세부적으로 뭘 어떻게 하자는 의견은 나오지 않고, 결국 회의는 끝났다.

사망자 수가 늘어나면서 이들 학부모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24시간 불이 환하게 켜진 체육관 바닥에서 1주일 넘게 지내면서 체력은 바닥난 지 오래다. 생때같은 손주 녀석들을 기다리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링거를 맞는 모습도 자주 목격된다.

그러다가도 전방 대형 스크린에 바다에서 수습된 시신의 인상착의 등이 나올때는 가족 모두가 벌떡 일어나 눈을 떼지 못하고 바짝 신경을 곤두세운다. 내 아들, 내 딸과 비슷한 시신이라고 생각하며 뛰쳐나가는 어머니들의 울음소리는 비명에 가깝다.

꼭 살아서 돌아오겠지 하는 희망을 저버리지 못하면서도, 시간이 흘러 영영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조바심에 몸을 떨어야 하는 부모들에게는 이곳 하루 하루는 생지옥이나 다름없다. 오늘은 제발 기적이 일어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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