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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큰손 안 오는 금시장 … 하루 거래 3.6㎏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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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 한 달, 개인들이 대부분

사업자는 세금 무서워 외면

팔려는 사람 없어 값도 높아

종로는 하루 평균 100㎏ 거래

하루 평균 3.6㎏.

23일로 개장 한 달째를 맞은 KRX금시장의 거래 성적표다. 하루 평균 100㎏ 안팎이 사고팔리는 종로 귀금속 시장의 4%에도 못 미치는 양이니 음성화된 금 시장을 양지로 끌어내겠다던 개장 취지가 무색할 만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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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량이 적다고 가격도 낮은 건 아니다. 개장 이후 금시장의 평균 거래가격은 g당 4만4694원. 같은 기간 런던금시장연합회 거래가 평균(g당 4만4070원)보다 1.4%가량 높다. 국제 금값보다 0.5%가량 높게 형성되는 게 보통인 장외시장 도매가와 비교해도 비싼 편이다.

가격이 높게 형성된 건 사려는 곳보다 팔려는 곳이 적기 때문이다. 김동명 신한금융투자 시너지지원팀 부장은 “거래량 기준으로 보면 개인과 실물사업자 간 비중이 5대 5 정도 되지만 참여자 기준으로 보면 개인의 비중이 90%에 육박한다”며 “개인투자자들은 대부분 금을 사기 위해 시장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금시장은 투자 매력이 뚜렷하다. 은행의 골드뱅킹보다 비용도 적고 세금도 적기 때문이다. 은행 골드뱅킹 서비스를 통해 금을 사고팔면 매매차익을 배당소득으로 간주, 15.4%의 세금이 부과된다. 반면 금시장에선 주식과 마찬가지로 매매차익에 대한 세금이 면제된다. 수수료도 싸다. 은행의 경우 국제 금값보다 1% 비싸게 사고 1% 싸게 팔아야 한다. 여러 고객의 금 수요를 모아 매매하기 때문에 그날그날의 국제 금값과 괴리가 생기는 데다 은행의 중개 수수료도 일부 부과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시장의 경우 거래소에 내는 거래수수료는 없고 증권사에 위탁수수료로 거래금액의 0.5%가량만 내면 된다. 김동명 부장은 “최근 한 달 사이 한 지점에서 1억원 이상 고액투자자가 2명이나 나올 정도로 자산가들의 관심이 높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시장 활성화의 키를 쥐고 있는 금 공급자와 유통업자들은 시장을 외면하고 있다. 실물 사업자 입장에선 금 시장에 들어갈 유인이 그리 크지 않다. 수입업체 같은 공급업자에겐 수입한 다음 날 금시장에 금을 공급하면 그만큼 관세를 면제해 준다. 하지만 면세된 금액의 20%에 대해 농어촌특별세를 부과하다 보니 효과가 크게 준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공급업자로선 금을 공급할 주요 시장으로 장외시장과 장내시장(금시장)을 선택할 수 있는데, 당장 이들은 장외시장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자들은 세무조사의 두려움에 시장 참여를 꺼린다. 종로에서 20년간 귀금속 도매업을 해온 김모(57)씨는 “장내 거래를 통해 세원이 공개되면 과거 낮게 신고한 매출에 대해 세무조사를 받게 될까 봐 금시장에 선뜻 참여하기 어렵다”고 고백했다. 그는 “음성거래가 주를 이루는 시장이다 보니 법인세 감면 혜택보다 세무조사 유예가 더 큰 유인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 적용에 예외를 두기 어렵다는 게 세무 당국의 입장이다.

한국거래소도 이 같은 상황을 인정한다. 하지만 공도현 한국거래소 금시장운영팀장은 “최근 하루 평균 20~40t의 금이 거래되는 중국 상하이의 황금거래소도 2002년 개장 당시 첫 달은 하루 평균 거래량이 60㎏에 불과했다”며 “거래소의 목표 거래량이 일 평균 50㎏인 걸 감안하면 그리 나쁘지 않은 출발”이라고 평가했다. 금시장 활성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우선 인지도 있는 19개 브랜드로 한정한 수입금 브랜드를 늘려 금시장으로의 유입량을 늘릴 계획이다. 공 팀장은 “모범음식점으로 지정되면 일정 기간 행정 당국의 위생조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시장에 적극 참여한 모범업체를 선정해 세무조사를 일정 기간 유예해주는 식의 혜택을 주는 방안을 마련해 당국에 건의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선언 기자

정선언 기자 do@joongang.co.kr

▶정선언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do_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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