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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의장대사열, 국가연주도 없는 '日국빈방문'…오바마 '파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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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만 국빈 방일하는 오바마 대통령 일정 "이례적" 평가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뉴스1

도쿄 긴자의 초밥집 '스기야바시 지로(すきやばし次郎)'의 초밥 © 블로그 LUCIANA.exblog.jp=News1


아시아 순방 중 첫 방문국으로 일본을 국빈 방문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일정에 대해 일본 내에서도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3일 오후 7시 전후해 하네다공항에 도착한다. 대통령을 태운 승용차는 논스톱으로 주일 미 대사관 옆에 있는 숙소인 도쿄·토라노몬 호텔 우쿠라로 향한다. 하루 숙박비는 최저 3만엔(약 30만원)에서 최고 12만엔(약 121만원)이다.

국빈 방문이지만 미셸 여사가 동행하지 않고 영빈관(迎賓館)에 머물지도 않는다. 외국의 국왕과 대통령, 국가 주석 등 요인이 국빈 방문하면 도쿄 아카사카에 있는 영빈관에 숙박하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미국측은 호텔 숙박을 요청했다.

만찬 주최자도 변경됐다. 미셸 여사가 함께 하지 않기 때문에 방일 이틀째인 24일 오후 7시부터 일왕 궁전에서 열리는 일왕ㆍ왕비 주최 만찬도 일왕 주최로 바뀌었다. 궁중 행사는 상대가 원칙이기 때문에 미치코 왕비는 참석하지 않는다.

이날 요미우리신문은 "중국을 방문한 미셸 여사가 동행하지 않는다"고 전하면서 이유에 대해서 "어머니로서의 책임이 있기 때문"이라고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국빈방문인데도 환영행사에 의장대 사열도, 양국 국가연주도 없다. 일본 주간지 겐다이비즈니스는 일본의 요청으로 일정이 2박3일이 됐지만 내용 면에서 기존과 크게 달라서 총리 관저와 외무성 등에선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문화 체험지에 대해서도 말들이 나온다. 겐다이비즈니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24일오후에 메이지 신궁을 찾는다고 전하면서 방문지로서 메이지 신궁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외국의 국가원수가 다른 나라를 공식 방문하게 되면 그 나라의 국립묘지를 참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오바마 대통령이 메이지 신궁을 선택한 것은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견제하려는 뜻도 담겨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말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한국과 중국 등을 자극한 것을 고려했다는 것.

다만, 메이지 신궁은 한국에게 꺼림칙한 곳이다. 메이지 일왕은 1910년 경술국치를 주도한 중심 인물 중 한명이기 때문이다. 미 정부는 "역대 대통령도 방문한 곳이어서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2002년 2월 방일한 조지 부시 대통령을 비롯해 지미 카터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메이지 신궁을 찾았다.

겐다이비즈니스는 "지난해 10월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함께 지도리가후치(千鳥ヶ淵) 전몰자묘원을 방문,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견제했다는 전례를 들어, 오바마 대통령도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견제하는 뜻을 보인 것이라고 견해를 밝힌 외무성 간부도 있다"고 보도했다.

뉴스1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 AFP=News1


오바마 대통령은 23일 도착 직후에는 미슐랭 가이드 도쿄판에서 최고인 3개의 별을 획득한 도쿄 긴자에 있는 고급 초밥집 '스기야바시 지로(すきやばし次郎)'에서 비공식 만찬에 임한다. 단일 메뉴이며 최고급 재료로 만든 초밥 20피스가 나온다.

이 식당은 초밥의 대가인 오노 지로(小野次郎·1925년생)가 주인이다. 미국 감독 데이비드 겔브는 이 대가를 다룬 '스시 장인: 지로의 꿈'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부시 전 미 대통령이 2002년 2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와 도쿄 시내의 전통 선술집에서 회담을 한 적은 있지만 국빈이 영빈관 이외에서 식사를 하는 것은 드물다. 이 식당은 인당 가격이 3만엔부터 시작한다. 좌석수는 10개가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은 "총리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개인 신뢰 관계를 강화하는 기회로 삼으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이날 식사 뒤에는 24일 미일 정상 회담에 앞서 최종적으로 비공식 회담을 한다. 참석자로는 오바마 대통령 이외에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캐롤라인 케네디 주일 미 대사가 참가할 것이란 관측이 일본 매체들에서는 제기되고 있다. 이 자리에서는 일부 품목의 관세를 놓고 이견이 여전한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도쿄에선 오바마 대통령의 방일을 앞두고 1만6000명의 경찰이 동원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하네다공항과 도쿄 역 등의 코인로커(유료사물함)나 쓰레기통은 모두 사용이 금지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24일 메이지 신궁 방문 이외에 미래과학관도 찾는다. 또 일왕과 회담, 아베 총리와 회담 및 기자회견, 미국 기업인들과의 면담 등의 일정을 소화한다. 방문 마지막날인 25일에는 오전중 주일 미 대사 및 직원들과 면담만하고 한국 방문길에 오른다. '무늬만' 2박3일이라는 볼멘 소리가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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