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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슬픔·고통 함께 나눠요"…'엄숙 모드'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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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회식 자제, 축제·행사 취소 연기 잇따라

"책임의식·시스템 중요성 각성", "기본·원칙에 충실하자" 한 목소리

연합뉴스

22일 오후 강원도청 앞 소공원에서 춘천YMCA 청소년 동아리 회원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고 실종자의 무사생환을 기원하는 노란 리본을 나무에 달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세월호 참사가 대한민국 사회를 순식간에 '엄숙 모드'로 만들었다.

사고 발생 1주일이 지났지만, 침몰 당시 실종자들이 겪었을 공포와 고통을 대리 체험하면서 아직도 전율을 느끼고 있다.

기적 같은 생환을 바랐던 꽃다운 나이의 어린 학생들, 모처럼 여행길에 나섰던 부부, 동창모임 노년 친구들의 시신이 차가운 바닷물에서 잇따라 수습될 때마다 고통은 더 크게 다가온다.

"얼마나 두려웠을까, 아팠을까, 가족들이 보고 싶었을까…." 누구에게도 대답을 들을 수 없는 고통스러운 질문이 온 국민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다.

실종·사망자와 그 가족들과는 생면부지이지만 슬픔과 고통을 함께하며 어루만져 주고 싶은 것이다.

사고 발생 여드레째이지만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봄날'에 날아든 비보(悲報)에 아직도 정신적 충격과 심리적 공황에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을 눈물바다로 만든 세월호 참사는 일상생활도 바꿔 놓았다.

TV, 컴퓨터, 모바일을 통해 실시간 전해지는 뉴스에 집중하며 실낱같은 희망이 점차 사라지는 데 대해 참담함과 함께 분노를 느끼고 있다.

희망과 기적을 바라는 간절한 심정을 담은 노란 리본 그림이 SNS를 통해 퍼뜨려지고 있다. 노란색 바탕에 검은색으로 그려진 리본에는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이란 문구가 적혀 있다.

누리꾼들은 이 그림을 리트윗(RT)하거나 페이스북·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하며 노란 리본 확산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직장인들은 음주와 회식을 자제하고 퇴근 후 곧바로 귀가하고 있다. 예약됐던 각종 모임은 웬만하면 미루거나 아예 취소하곤 한다.

공무원 김모씨는 23일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해결하고 저녁은 집에서 가족과 함께 먹는다"며 "이달 모임이 4개나 예정돼 있었는데 영 분위기가 아니어서 모두 취소했다"고 말했다.

광주시청 인근 식당 주인 이모씨는 "공무원들이 점심 때도 오지않는다"고 말했다.

음주운전 적발건수도 확 줄었다.

전남지방경찰청 관내에서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282건 적발됐던 음주운전 건수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16일부터 22일까지는 176건으로 38% 감소했다.

골프예약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전남지역 A 골프장의 한 관계자는 "골프장 내장객이 20∼30%가량 줄었다"며 "금주 주말에도 부킹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 각 지자체는 국민적 애도분위기에 동참하자는 의미에서 각종 축제를 취소·연기하거나 축소해 운영키로 했다.

함평군과 함평군축제추진위원회는 다음달 2일부터 11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던 제16회 함평나비대축제를 개최하지 않기로 했고, 보성군은 오는 27일 개최예정이었던 제10회 보성녹차 마라톤대회를 취소했다.

담양군은 5월 1일부터 6일까지 죽녹원과 관방제림 일대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대나무축제를 6월로 연기했다.

곡성군은 제4회 곡성세계장미축제 행사를 예정대로 5월 23일부터 6월 1일까지 개최하되 개막식, 방송국 개막축하쇼, 지리산 자락 장미콘서트 등 K-POP, 7080 가수 초청 대규모 무대 공연 행사를 전면 취소하고 전시와 체험행사 위주로 운영하기로 했다.

일선 학교도 이달 말과 다음달 예정된 각종 체험학습, 수련회, 운동회를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광주지역 모 초등학교 교사는 "초등학생들도 모였다 하면 선장을 욕하며 세월호 참사를 이야기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에서 세월호 트라우마가 상당 기간 갈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적 애도 분위기를 제2의 세월호 참사를 근절하는 계기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시민 박주영(38·주부)씨는 "슬픔과 고통에 억눌려 있지만 말고 이번 참사에서 우리 사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석희(49·회사원)씨는 "이번 참사를 보면서 관료사회의 무사안일과 무능, 어느 자리에 있든 맡은 일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책임의식, 재난 예방과 구조 시스템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우리 사회가 기본과 규정에 충실해 앞으로는 이러한 후진국형 대형참사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shch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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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사고로 전 국민이 슬픔에 빠진 가운데 주말 극장가로 향하는 관객들의 발걸음도 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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