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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삼성, 생명 지분정리…지배구조 변화 속도 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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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금융지주 도입설 부각…'소소한 지분 정리' 확대 해석 경계도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계열사들의 삼성생명 지분 매각으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단순화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축인 삼성생명[032830] 지분 대이동이 지배구조 변화의 신호탄으로 점차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번 계열사들의 삼성생명 지분 매각은 단순 지분 정리에 불과하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009150]와 삼성정밀화학[004000], 삼성SDS, 제일기획[030000] 등 4개 계열사는 이날 장 개시 전 보유 중이던 삼성생명 지분 1.63%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로 3천118억원에 처분했다.

지분은 3천118억원 규모로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에 넘어갔다.

이들 회사의 지분 처분으로 삼성그룹 내에서 삼성생명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는 삼성에버랜드만 남게 됐다.

이번 지분 처분으로 '삼성생명→삼성전자→제조계열사→삼성생명'으로 이어진 순환출자 구조는 끊어졌다. 반면 삼성생명은 삼성카드[029780]가 보유한 삼성화재[000810] 지분 29만8천377주(0.63%)를 사들이기로 했다.

김태현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이번 지분 정리는 삼성생명과 비금융 삼성계열사 간 순환출자 고리와 지배구조가 단순하게 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순환출자 구조와 금융·산업자본의 혼합은 그동안 삼성그룹이 비판받아 온 점"이라며 "삼성생명 관련한 제조계열사들의 순환출자가 해소됐고 삼성생명의 삼성화재에 대한 소유를 단순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작년 말 불거진 중간지주회사 도입설도 다시 수면 위로 고개를 들고 있다.

당시 삼성생명의 삼성카드 보유 지분이 34.41%까지 높아지자 산업계에선 삼성그룹이 지주회사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상장회사 지분이 30%를 초과하면 금융지주회사법상 자회사로 편입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되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이 중간 금융지주를 활용하면 지배구조의 핵심인 삼성생명 등 금융회사 지분을 처분하지 않아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수 있다.

김 연구원은 "삼성생명이 삼성화재 지분을 사들이는 것은 중간금융지주 도입 등 금산분리 시나리오가 재차 불거질 수 있는 이벤트"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지분 정리 작업이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로 직결되는 데 대한 경계론도 적지 않다.

한승희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부 계열사의 삼성생명 지분 처분은 그룹 내에서 단순화시킬 수 있는 소소한 지분 정리이지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회사 전환의 전초전이나 본격적인 지배구조 변화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지분 처분 목적에 대해 '재무구조 개선과 투자재원 확보'라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을 단기적으로 접근하기엔 불확실성이 크다"며 "삼성생명이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005930]의 2대 주주라는 지위가 변화해야 하는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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