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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 일본 해난사고 인명구조율은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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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전 아리아케호 침몰 때도 신속 대응 전원 구조

한국일보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5년전 일본에서 발생한 아리아케호 침몰사고 당시 대응이 화제가 되고 있다. 세월호와 유사한 구조를 가진 아리아케호는 당시 높은 파도에 중심을 잃고 전복됐으나 선장과 선원이 민첩한 대응과 해상보안청의 신속한 구조로 단 한명의 희생자도 나오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해난사고는 초기 대응이 늦을수록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만큼 해상사고 구난체계의 시급한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도쿄와 오사카를 왕래하는 여객선 아리아케호는 7,910톤급 선박으로, 세월호(6,825톤) 원소유회사인 마루에이페리가 하야시카네 조선소에 제작, 의뢰해 건조했다. 화물과 차량을 함께 실을 수 있는 로로(roro)선의 일종으로, 선폭이 좁아 일단 균형을 잃으면 짧은 시간에 침몰한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아리아케호와 세월호의 사고발생 전개과정은 유사하다. 아리아케호는 2009년 11월 13일 도쿄에서 오사카로 향하던 중 미에현 앞바다에서 전복사고를 당했다. 선박에는 컨테이너, 차량 등 화물 2,400톤이 실려있었다. 정원은 426명이지만 비수기였던 탓에 탑승객 7명, 승무원 21명 등 28명만이 승선했다. 당시 아리아케호 뒷부분에서 닥친 높이 6m의 파도에 배가 기울었고, 화물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순식간에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하지만 사고직후 선장과 선원의 판단과 대처에 따라 승객들의 운명은 완전히 갈렸다. 아리아케호 선장은 즉각 해상보안청에 구조를 요청한 뒤 줄곧 선박을 지키며 승객들의 안전을 살폈다. 배가 90도로 기울어 선내에서 구조대를 기다리기 어렵다고 판단한 선장은 승무원 5명과 함께 소방호스를 로프 삼아 승객 전원을 갑판으로 끌어 올렸다. 선장 등은 승객들이 구조될 때까지 선박을 지키다가 배가 침수하자 구명정을 통해 탈출했다.

일본에서는 당시 선장이 선박에서 기름이 유출되는 상황에서 해안까지 항해한 것을 두고 해양 오염 논란도 제기됐으나 관련 전문가들은 "승객을 살리기 위한 최선의 조치였다"며 선장의 판단에 손을 들어줬다.

인명 구조를 위해 해상보안청과 자위대는 관할을 따지지 않고 공조에 나섰다. 당시 미에현 해역을 관할하던 해상보안청 4관구(나고야)는 관내에 보유한 헬기가 승객 구조에 여의치 않다고 판단, 인근 5관구(간사이)에 해역 출동 요청을 의뢰하는 한편, 항공자위대에도 파견을 요청했다. 5관구는 즉시 승객구조용 헬기 EC225를, 자위대는 탐색구조헬기 UH-60J 등을 현장에 보내 희생자를 내지 않고 구조작업을 마무리했다.

관련 전문가들은 해상 재난에 대비한 선장과 승무원의 철저한 훈련, 군관의 신속한 초동 대응 등이 해난사고에서 인명피해를 줄이는 최선이라고 강조한다.

요미우리신문은 21일 "지난 해 일본 주변 해역에서 신고가 접수된 해난 사고에서 96%의 구조율을 기록했다"며 "사고가 발생하면 해상보안청의 특수구난대 등이 순시선과 항공기를 동원하는 등 연계 구조 활동을 벌이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야마다 요시히코 도카이대 교수는 "해난구조는 초기에 빨리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악조건 속에서 어떻게 대처할 지를 늘 예상해 대비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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