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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 와중에 기념촬영·구호품 챙기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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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 행렬 속 얌체족 기승

관광차, 긴급차량 방해되기도

세월호 침몰 사고 직후부터 전남 진도에서 펼쳐지는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은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다. 21일 진도군 관계자에 따르면 실내체육관과 팽목항에 머물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은 1900여명에 이른다.

정부가 마스터플랜이나 매뉴얼 없이 어수선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과 달리 대다수 자원봉사자들은 숱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실종자 가족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를 해치는 ‘얌체족’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자원봉사에 나서지도 않은 일부 관광객들이 상식 밖의 행동으로 눈총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물과 주전부리를 곧잘 챙겨간다.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커플 티를 입고 기념촬영을 하는 이들마저 생겨나고 있다. 더구나 일부는 구호물품까지 챙기는 양심불량 행위를 저지르고 있어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주말인 20일엔 관광객들이 관광버스를 이용해 팽목항을 대거 찾았다. 일부 단체관광객은 사고 현장에서 실종자 가족들의 슬픔은 생각하지도 않은 채 큰 소리로 이야기를 나눴으며 실종자 가족을 위해 준비된 음료수와 과자를 챙겨 먹는 장면이 포착돼 빈축을 사기도 했다. 또 일부는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전국에서 답지한 구호물품을 커다란 비닐봉투에 담아 가는 웃지 못할 일까지 생겨나고 있다. 일부 관광객의 몰지각한 행태는 자원봉사자들의 도움 행렬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의 감정 상태가 극히 불안한 상황에서 이런 행태는 또 다른 사건을 유발할 수도 있다. 분노감이 극에 달해 실신하는 실종자 가족들이 발생하는 와중에 긴급 차량의 통행에도 이들 관광객은 방해가 되고 있다.

진도군 진도읍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나온 김모(45)씨는 “사고가 나기 전에 예정된 일정이어서 우리 고장을 찾아온 점은 고맙기는 하다”면서도 “실종자 가족에게는 평생의 한으로 남을 상황이니, 관광객들이 현장 분위기와 어긋나는 행동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전남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당분간은 관광 목적으로 진도를 찾는 일정이 있더라도 이를 자제하면 좋을 것”이라며 “사고가 수습된 뒤 찾게 되면 주민들이 더 고마움을 느낄 것”이라고 밝혔다.

진도=한승하 기자 hsh6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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