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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우크라이나 동부에 떠도는 반유대주의 망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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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때 우크라서 90만명 학살…현지 유대인들 동요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 "이스라엘로 이민 가는 방법을 묻는 유대인이 늘고 있다. 이들은 키예프의 이스라엘 대사관에 전화해 서류도 준비하고 있다."

분리주의 시위대 활동이 활발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에서 최근 반(反)유대주의 전단과 포스터가 나돌자 유대인들의 불안감이 커가고 있다고 선데이익스프레스 등 영국 언론이 20일 전했다.

아우슈비츠 생존자인 샘 피브닉(86)은 선데이익스프레스를 통해 "우크라이나 유대인들은 즉시 떠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폴란드에 살던 피브닉은 14살 때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보내졌다가 겨우 살아났다.

현재 영국에 사는 피브닉은 "우크라이나가 아무것도 변한 게 없고 여전히 반유대주의에 휩싸여 있다"며 세계의 유대인들이 도울 수 있고 독일조차 우크라이나보다 나을 것이라며 떠날 것을 권유했다.

문제의 전단과 포스터는 16세 이상 모든 유대인은 50 달러를 내고 당국에 신원과 재산목록을 등록하고, 새로운 여권을 발급받아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나치 시대 박해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이는 '도네츠크 민주공화국' 출범을 선언한 친러시아계 민병대 명의로 작성됐으며 복면을 쓴 민병대원들이 유대인 교회 앞에서 주민들에게 나눠줬다고 이스라엘 언론은 전했다.

파문이 일자 전단의 작성자로 서명된 친러 민병대 지도자 데니스 푸실린은 서명이 조작됐고 자신들은 반유대주의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우크라이나의 아르세니 야체뉵 총리도 모든 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반유대주의와 외국인 혐오증을 막겠다고 공언했지만 유대인들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유대인은 1941년에 270만명에 이르렀으나 제2차 세계대전 때 90여만명이 나치에 학살당했다.

구소련 시절에도 우크라이나 유대인들에 대한 박해는 계속돼 1959년 84만명이던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했다고 데일리 메일은 전했다.

이 때문에 구소련이 무너지면서 상당수 우크라이나 유대인들은 이스라엘 등으로 이주했고 현재는 도네츠크에 1만7천명 등 우크라이나 전역에 6만5천명 정도만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쓰라린 경험을 가진 만큼 이번 전단 사태를 겪으며 남아있는 이들마저도 우크라이나를 떠나려 하고 있다고 이스라엘 이민 주선 단체를 운영하는 알렉산드르 이반첸코는 말했다.

미국의 유대인 단체인 '반(反)명예훼손연맹(ADL)'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전단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면서도 전단에 나온 문구들은 분명히 나치 시대를 떠올리게 하고 있으며 현지 유대인들을 위협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우려했다.

ra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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