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야구에서 ‘4아웃’ 있다? 없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야구 1이닝은 3아웃으로 이뤄진다. 9회 2아웃에서도 마지막 1아웃을 당하지 않는다면 시간 제한 없이 경기를 계속할 수 있는 게 야구다. 지난 18일 잠실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두산 경기에선 기록원 실수 탓에 3아웃이 아닌 ‘2아웃 이닝’이 나올 뻔했다.

2회초 공격에 나선 롯데가 2-1로 앞선 상황. 2아웃 주자 만루에서 3번 타자 손아섭의 투수 앞 땅볼로 3아웃 공수 교대가 이뤄지는 듯했다. 두산 야수들이 더그아웃으로 들어오자 심판들은 뭔가 잘못됐다는 듯 모여 논의하고 두산 벤치에 결과를 전달했다. 송일수 두산 감독이 강하게 항의했지만 경기는 중단 22분만에 속개됐다. 정리된 상황은 공수 교대가 아닌 2회초 2아웃에 주자 2·3루였고, 전광판의 점수도 2-1이 아닌 4-1로 달라졌다. 손아섭에 앞선 2번 타자 정훈의 타격 때 홈에서 세이프된 문규현을 기록원이 아웃으로 잘못 기재했고, 전광판의 아웃카운트도 1아웃이 아닌 2아웃으로 잘못됐던 것이다. 대부분의 선수와 양 팀 감독도 문규현이 아웃됐다고 생각해 전광판의 오류를 눈치채지 못했다. 심판이 이를 바로잡았고, 문규현의 득점과 손아섭 타석 때 홈을 밟은 전준우의 득점도 추가됐다. 당시 심판진은 “판정에 문제는 없었지만, 경기에 집중하느라 전광판 오류를 짚어내지 못한 건 잘못”이라고 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야구에선 3아웃 상황을 2아웃으로 착각한 경기가 있었다. 8월20일 예선 3·4위를 결정짓는 미국-일본전에서 양 팀은 집중력이 떨어져 있었다. 3위를 하면 준결승에서 아마추어 최강 쿠바를 만나고 4위를 하면 상대적으로 만만하게 여긴 한국과 붙기 때문에, 두 팀은 지는 게 좋다는 듯 느슨하게 경기를 했다. 0-0이던 6회초 미국의 공격 때 네이트 슈어홀츠가 3번째 아웃을 당했다. 공수 교대가 이뤄져야 하는데 다음 타자 매튜 브라운이 타석에 들어섰고 일본 투수 다나카 마사히로도 공을 던지려 했다. 문제를 알아챈 일본 기자들이 선수단에 상황을 알렸다. 사실을 전달 받은 심판들이 합의해 이닝을 끝냈기에 망정이지, 3아웃 이후에도 경기가 진행됐다면 한 이닝에 4아웃이 나올 뻔했다.

1이닝 3아웃이 당연한 듯 보이지만 야구 규칙엔 ‘4아웃 규정’도 존재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 야구규칙 7.10(d)항에 “어필 플레이는 명백한 ‘제4아웃’이 있음을 심판원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예를 들어 1아웃 주자 1·2루 상황에서 타자가 친 공이 외야로 뻗어 나갔는데 야수의 호수비로 잡혔다고 하자. 주자들이 모두 안타로 판단해 뛰었지만, 2루 주자는 귀루를 포기해 홈플레이트를 밟았고 1루 주자는 귀루를 하다 아웃됐다. 만약 1루 주자의 아웃보다 2루 주자가 홈에 들어온 게 빨랐다면, 상식적인 판단과 달리 득점으로 인정된다. 단, 수비팀이 2루 주자의 잘못에 대해 항의하면 4아웃이 성립되고 득점도 취소된다. 수비팀에 유리하게 4번째 아웃을 3번째 아웃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2003년 5월9일 삼성-두산 잠실경기에서 이른바 ‘4아웃 이닝’이 나올 뻔했지만 실제로 성립되지는 않았다. 삼성의 공격 이닝 때 위와 비슷한 상황이 전개됐지만, 이닝이 끝나고 두산 야수들이 공수 교대를 하려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뒤에 항의했기 때문이다. 야구규칙 7.10(d)항엔 “이닝의 초 또는 말이 끝났을 때는 수비 측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떠나기 전에 어필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공교롭게도 그때와 지금 모두 잠실에서 두산이 피해를 입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메이저리그 전설 요기 베라의 명언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이재만 기자 appletree@hani.co.kr

공식 SNS [통하니] [트위터] [미투데이] | 구독신청 [한겨레신문] [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