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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고향땅 하와이서 미셸, 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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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개월 만에 LPGA 투어 우승

롯데챔피언십 4타 차 뒤집고 1위

옛 ‘사탕수수 철로’ 남겨둔 대회장

초기 한인 이민자 애환 서린 곳

하와이 오아후섬 코올리나 골프장에는 120년이 넘은 철로가 지나간다. 호놀룰루의 알로하 타워 항구에서부터 에바~코올리나~마카하까지 연결되는 70㎞가 넘는 철로다. 지금은 열차 운행을 하지 않지만 옛날 이 철로에는 ‘사탕수수 열차’가 달렸다. 하루 58센트를 받고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했던 초기 하와이 한국인 이민자의 눈물과 고통, 애환이 서려 있는 열차다.

재미동포 미셸 위(25·나이키골프·사진)가 20일(한국시간) 코올리나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에서 14언더파로 우승했다. 하와이에서 태어난 미셸 위가 한국인 이민자들의 슬픈 사연이 담긴 이곳에서 44개월 만에 챔피언에 올랐다. 대회장에는 초속 6~7m의 강한 바람이 불었다. 미셸 위는 이날 강한 상대를 만났다. 통산 5승의 앤절라 스탠퍼드(37·미국)였다. 9언더파 공동 2위로 출발한 미셸 위는 13언더파의 스탠퍼드에게 4타나 뒤져 있었다. 미셸 위는 “선두에서 그렇게 멀리 뒤져 있지 않다. 내가 마지막 날 무엇을 해내는지 꼭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미셸 위는 증기기관차처럼 앞만 보고 달렸다. 마지막 날 버디 6개, 보기 1개로 5타를 줄여 스탠퍼드(12언더파)를 2타 차로 꺾었다. 2010년 8월 CN 캐나다여자 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이후 3년8개월(44개월) 만의 우승이다. LPGA 투어 통산 승수는 3승으로 늘어났다. 미셸 위는 우승 상금 25만5000달러를 받아 LPGA 투어 상금 랭킹 1위(61만6555달러·약 6억4000만원)로 올라섰다.

그는 “초반에 버디를 많이 해야 승산이 있다”고 했다. 미셸 위는 어느 선수보다 이 코스를 잘 안다. 골프장에서 30분 떨어진 곳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이 코스에서 열린 주니어 골프대회의 단골 우승자였다. 이 골프장에는 미셸 위의 주니어 때 우승 실화를 바탕으로 제막된 ‘무당벌레의 전설(The Legend of the Ladybug)’이란 소녀상도 있다. ‘전설에 따르면, 무당벌레가 날아와 어깨 위에 앉았을 때는 따뜻하게 말을 건네며 손가락으로 옮긴 뒤 부드러운 입김으로 무당벌레를 보내주어야 한다. 그러면 행운의 여신이 우승컵을 가져다준다’는 내용이다. <중앙일보 4월 17일자 25면>

미셸 위는 1번 홀을 시작으로 5번, 6번 홀에서 3개의 버디를 했다. 스탠퍼드는 3번 홀 버디로 방어막을 쳤지만 6번과 8번 홀에서 보기를 하면서 미셸 위에게 공동선두를 내줬다. 하와이의 미셸 위 팬들은 박수를 치고 환호를 질렀다.

마카하의 사탕수수밭에서 출발하는 증기열차는 설탕공장이 있는 에바를 거친다. 1990년에 문을 연 골프장은 철로를 그대로 두고 설계했다. 지금도 열차가 다닌다면 골프장으로 진입하는 첫 번째 관문은 11번 홀 그린과 12번 홀 티잉 그라운드 사이가 된다. 미셸 위는 바로 12번 홀(166야드)에서 3.5m 버디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어진 13번 홀(파5)에서 4.5m 버디로 쐐기를 박았다.

스탠퍼드는 14번 홀에서 버디를 했지만 17번 홀 보기로 추격의 동력을 잃었다. 미셸 위는 16번 홀(파3·181야드)에서 4m 버디를 추가하며 15언더파까지 달아났다. 마지막 챔피언 퍼트는 보기로 마쳤다. 하지만 18번 홀 그린을 에워싼 고향 팬들은 “사랑스러운 미셸 위!”라며 환호했다.

무당벌레는 이날 어깨에 내려앉지 않았지만 미셸 위는 ‘무당벌레의 전설’을 완벽하게 재현했다. 챔피언은 “두렵고 신경이 예민했지만 최대한 즐겼다”고 말했다.

◆박인비 3위, 김효주 4위=박인비(26·KB금융그룹)는 마지막 날 5타를 줄이는 폭발력으로 11언더파를 기록해 단독 3위에 올랐다. 최종일 한때 공동선두로 나섰던 김효주(19·롯데)는 10언더파 단독 4위에 만족했다. 최운정(24·볼빅)과 유소연(24·하나금융그룹)은 나란히 합계 9언더파로 공동 5위를 차지했다.

하와이=최창호 기자

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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