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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특파원 다이어리] 보행자 때문에 멈춘 차 … 중국선 교통방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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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베이징에서 한 교민이 운전을 하다 경미한 사고를 당했다. 좌회전하던 중 도로를 횡단하는 사람들을 보고 멈춘 게 화근이었다. 횡단보도도 녹색 신호등이 켜졌었다. 그런데 뒤에서 ‘쿵’ 하고 충격이 왔다. 추돌사고를 낸 택시기사는 차에서 내려 “죄송하다”고 머리를 조아렸다.

여기까진 상식. 한데 중국에선 사고가 나면 경찰이 올 때까지 현장을 보존해야 한다. 차를 먼저 움직이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는 행위로 간주된다. 얼마 후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차를 세운 앞 운전자의 잘못”이라고 했다. 너무 황당한 상황이라 따져봤지만 경찰은 “법이 그렇다”고 했다. 변호사에게 확인했더니 정말이었다. ‘교통 흐름 방해’라는 거다. 횡단보도에서도 보행자가 양보하고 피하면 그만큼 교통체증이 줄어든다는 중국식 ‘차량 먼저’ 실용주의다. 이 때문에 파란불에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차량과 자전거는 경적을 울리며 지나가기 일쑤다. 기자도 횡단보도로 차량이 달려와 불과 30㎝ 앞에서 멈춰선 적이 있다. 한국에서였으면 멱살을 잡을 상황이었지만 별일 없었다는 듯 서로 그 자리를 떴다. 중국 여행을 가면 가이드가 ‘횡단보도에서 절대 뛰지 마라’고 주의를 준다. 보행자가 걷는 속도를 감안해 운전자가 지나갈 텐데 갑자기 뛰면 사고가 난다는 이유다.

사거리에선 비보호 좌회전이 기본이다. 반대편 차량과 눈치 보며 비켜가면 되니 기다리지 않아서 좋다. 문제는 러시아워 때다. 서로 먼저 가려고 엉키고 경적 눌러대고 지옥이 따로 없다. 그런데도 좌회전 신호를 안 만든다. 운전자끼리 알아서 할 일을 신호로 통제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그러면서 중국은 말한다. “서구의 눈으로 중국을 보지 마라”고.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최형규 기자 chkcy@joongang.co.kr

▶최형규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argus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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