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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집안 단속에도 새누리 후보 ‘폭탄주’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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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식 세종시장, 새누리 윤리위 ‘경고’ 처분·후보직 유지

여야 ‘행동지침’ 하달 등 예방 나서… 지방선거 연기론도

정치권이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살얼음판을 걷듯 조마조마하고 있다. 어설픈 대응이나 부적절한 언행이 자칫 여론의 역풍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새누리당에선 ‘폭탄주’ 파문이 터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6·4 지방선거가 45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 모두 지방선거 일정을 진행시키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지방선거 자체를 연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경향신문

애도 리본은 달았지만… 새누리당 세종시장 후보인 유한식 현 시장이 20일 당사에서 열린 윤리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유 시장은 당 지도부가 세월호 침몰사고 후 금주령을 내렸음에도 지난 18일 지역 모임에서 ‘폭탄주 술판’을 벌여 비판을 받고 있다. 유 시장은 왼편 가슴에 ‘진도 여객선사고 애도’라고 적힌 검은 리본을 달고 나왔다. | 박민규 기자


■ ‘집안 단속’에도 터진 돌발사고

정치권은 20일에도 각종 행사를 연기하거나 취소한 채 극도의 ‘자중 모드’를 유지했다. 온 국민이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인 만큼 숨을 죽이고 사태를 주시하려는 것이다.

특히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정부의 허술한 대응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면서 정부·여당 ‘무능론’으로 번질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하지만 이런 집안 단속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에선 돌발사고가 터져나왔다. 당 세종시장 후보인 유한식 현 세종시장(65)은 지난 18일 저녁 세종시 조치원읍 한 식당에서 열린 청년당원들과의 만찬에 홍순승 세종시교육감 예비후보 등과 함께 참석했다. 자리에선 폭탄주가 돌고, 유 시장을 위한 건배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홍 후보는 건배사에서 “유 시장님 당선을 측면에서 돕겠다”며 지지를 호소해 선관위가 조사에 착수했다.

파문이 일자 새누리당 윤리위는 20일 회의를 열고 유 시장에게 ‘경고’ 처분을 내렸다. 한때 자격 박탈까지 거론됐지만 ‘경고’에 그치면서 유 시장은 후보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경대수 윤리위원장은 “본인은 음주 사실이 없고 짧은 시간만 있었던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앞서 유 시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술잔을 받았지만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새누리당은 여객선 사고 이후 ‘음주·골프 자제령’을 내린 상태다.

앞서 침몰사고 당일인 16일 오후 3시 새누리당 파주시장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일부 지지자들이 후보를 헹가래치면서 분위기를 띄운 것으로 알려져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돌발사고가 이어지자 여야는 ‘행동 지침’을 내리는 등 재차 당 분위기를 바짝 죄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비공개회의에서 수차례 “언행을 조심하고 지방선거 관련한 논의 자체를 하지 말라”는 지침을 하달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19일 ‘전 당원 행동지침’ 공문을 전국 시·도당에 보내 △‘추모’ ‘애도’ ‘유족’ 등 상황을 예단하는 표현 △공공장소에서 웃거나 박수치는 행동 △음주가무 등 각종 유흥·오락 행위 등을 자제하라고 지시했다.

■ 지방선거 일정 재개엔 전전긍긍

유례없는 대형 참사로 여야는 지방선거 일정을 잠정 중단하거나 연기했다. 새누리당은 광역단체장 경선 일정을 1주일씩 순연했고, 새정치연합도 광역단체장 경선 및 공천 작업을 잠정 연기했다. 여야 지도부는 지방선거 얘기를 꺼내는 것 자체를 금기시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지방선거 일정을 마냥 미룰 수만은 없어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다음달 15~16일 후보 등록을 위해선 경선 등 일정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주요 광역단체장 예비후보들도 중단한 선거운동 재개 시점을 두고 ‘눈치 작전’을 벌이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사고 수습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지방선거를 연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를 연기해 7월30일로 예정된 재·보궐선거와 통합해서 치르자는 것이다. 선거운동이 장시간 중단되는 바람에 유권자들이 후보가 누군지 제대로 판단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사건·사고로 전국선거가 연기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아직까지는 ‘지방선거 연기론’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진우·강병한 기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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