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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검은 리본 단 미셸 위 ‘무당벌레의 전설’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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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롯데챔피언십 최종

세계일보

20일(한국시간)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챔피언십(총상금 170만달러)에서 우승을 거머쥔 재미교포 미셸 위(나이키)에게는 언제부터인가 ‘게으른 천재’라는 말이 따라 다녔다. 4살 때 골프채를 잡았다는 미국 하와이 출신의 미셸 위는 2002년 12살의 나이에 최연소로 LPGA 투어에 나섰다. 남자 대회에도 출전하며 ‘성대결’로 기대를 모았지만 투어에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그저그런’ 선수였다. 2009년 프로로 전향한 뒤 같은해 11월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2010년 캐나다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이후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명문 스탠퍼드대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그가 학업에 집중하느라 투어에 신경을 쓰지 못했기 때문이라는‘핑계’도 나왔다.

하지만 대학 졸업 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12년에는 23개 대회에 출전해 절반에 가까운 10개 대회에서 컷 탈락하며 세계랭킹마저 6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초조해진 미셸 위는 무엇보다 퍼트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자세를 바꿨다. 퍼팅 때 상체를 ‘ㄱ’자 모양이 되도록 허리를 90도 이상 굽혔다. 볼을 눈 밑에 둬 정확히 스트로크하겠다는 의도다. 볼썽사나웠지만 나름 효과를 봤다. 1m83의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호쾌한 장타에 비해 약점이던 퍼팅 능력이 호조를 보여 올 시즌 들어 상승세를 탔다.

지난 7일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아쉽게 2위를 차지한 미셸 위는 하와이 코올리나 골프장(파72·6383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5타를 줄여 합계 14언더파 274타를 기록하며 환호하는 고향 팬 앞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정상에 다시 서기까지 3년8개월동안 79번의 도전이 필요했다. LPGA 그린 적중률 1위를 달리던 미셸 위는 이번에도 그린 적중률 81.9%, 퍼트수 29개로 우승할 자격이 충분했다.

코올리나 골프장 입구에는 미셸 위가 11살이던 주니어대회 때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진 ‘무당벌레의 전설’이라는 일화가 새겨진 소녀상이 있을 정도로 친근한 곳이다. 지역 전설에 따르면 무당벌레가 날아와 어깨 위에 앉았을 때는 따뜻하게 말을 건네며 무당벌레를 보내주면 여신이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미셸 위는 버디 6개에 보기는 1개로 막아 5년 전 이곳에서 열린 SBS오픈에서 자신에게 패배를 안긴 앤젤라 스탠퍼드(미국)에게 4타 차의 역전 우승을 일궈내며 ‘무당벌레의 전설’을 완성했다. 우승상금 25만5000달러를 더해 시즌 61만6555달러(약 6억4000만원)를 획득, 상금랭킹 1위로 뛰어 올랐다. 그의 우승으로 한국(계) 선수들은 올 시즌 첫승에 물꼬를 텄다. 세계랭킹 1위 박인비(KB금융그룹)는 5타를 줄여 최종합계 3위(277타)에 올랐고, 초청선수로 출전한 2013년 KLPGA 신인왕 김효주(롯데)는 1타를 줄이는 데 그쳐 4위(278타)에 만족해야 했다.

한편 미셸 위가 우승을 차지한 뒤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해 “매우 불행한 일”이라면서 안타까움을 표했다. 미셸 위는 “대회기간 내내 검은 리본을 달았다. 모든 가족들에게 기도를 보내고 싶다”고 밝혔다.

박병헌 선임기자 bonanza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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