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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삼성냉장고 설계·부품 다 바꿔 1000ℓ 한계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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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개발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1000ℓ는 넘을 수 없는 한계였어요. 그걸 깨고 나니까 이제는 어떤 냉장고도 만들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김용한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개발실 수석연구원의 얘기다. 100m 육상에서 인간 기록 한계가 9.5초라면 냉장고 세상에서는 1000ℓ가 그랬다. 지난달 삼성전자가 내놓은 셰프컬렉션 냉장고는 그 벽을 넘어섰다. 시장에서도 790만원 고가에도 불구하고 출시 한 달 만에 1000대 이상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정상규 수석연구원은 "똑같은 외형 크기를 유지하면서 용량을 1000ℓ로 늘리기 위해 냉장고의 모든 것을 바꿔야 했다"고 말했다. 기존 최고 용량인 900ℓ 냉장고와 외곽 사이즈는 똑같은데 냉장고 안쪽에서 1ℓ짜리 우유 100개를 더 넣을 공간을 찾아내야 했다는 말이다.

핵심은 단열벽이었다. 단열벽을 얇게 만들면 단열 성능이 떨어져 냉장 능력이 떨어진다. 버티는 힘이 약해져 냉장고가 휘어버릴 수도 있다.

설계부터 다시 해야 했다. 개발실 인력 15명은 단열벽 내력을 높이기 위해 벽 사이에 구조물을 더 넣기로 했다. 단열 성능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에 사용했던 우레탄을 줄이고 대신 고효율 진공 단열재를 넣었다. 충진 속도가 느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전선과 부품들을 단순화했다.

이렇게 해서 셰프컬렉션 냉장고 단열벽은 기존 5.5㎝에서 2.3㎝로 얇아졌다.

마지막 테스트에서 냉장고 용량은 997ℓ. 1000ℓ까지 3ℓ가 모자랐다. 냉장고 내부에 들어가는 서랍과 구조물 모양을 바꾸고 불필요한 공간들을 줄이기로 했다. 제조 파트에서 더 이상 부품 설계를 바꾸면 안 된다고 항의했지만 결국은 추진을 선택했다.

냉장고 하나에는 금형 부품만 400개 넘게 들어간다. 금형 부품 하나만 다시 제작해도 6000만~7000만원씩 제작비가 추가되는데 이를 감수하고 서랍을 뜯어고치기 시작한 것이다.

정 수석연구원은 "냉장고 안쪽에서 조금이라도 남는 공간을 찾지 않으면 1000ℓ는 불가능했다"며 "입사 이래 지금까지 냉장고만 18년을 연구했지만 남는 공간을 찾기 위해 이번에 서랍, 선반에 관한 KS규정집을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10월 천신만고 끝에 탄생한 셰프컬렉션 시제품을 보고 가전을 담당하는 윤부근 소비자가전(CE) 부문 사장이 디자인이 틀렸다고 지적했다. 결국 메탈을 공급하는 포스코를 찾아가서 화려한 느낌의 스플렌디드 메탈 소재를 다시 구해왔다. 그게 지난해 11월이었다.

[광주 = 이진명 기자 /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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