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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종이에 쓴 글씨 즉시 스마트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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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이상규 대표가 스마트 필기펜 네오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상선 기자]


종이에 글씨를 쓰자 태블릿PC에 그 글자가 나온다. 내용을 다 적고 종이 하단에 있는 메일 모양에 체크하자 필기한 내용이 실시간으로 메일로 전송된다. 여기엔 눈에 보이지 않는 점으로 구성된 코드를 종이에 인쇄해 정보를 읽고 이를 컴퓨터나 TVㆍ휴대전화 등과 같은 다양한 디바이스에 전송하는 도트코드(Dot Code) 기술이 활용됐다.

네오랩컨버전스(대표 이상규)는 국내 최초로 도트코드 기술을 활용한 광학식 스마트 필기펜 '네오원'을 선보이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09년 문을 연 벤처기업이지만 매년 10배 이상 성장을 거듭해 지난해에 1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도트코드는 요즘 유행하는 QR코드(정보를 나타내는 바코드의 일종)를 눈에 안 보일 정도로 정밀하게 구현한 기술이라고 보면 된다. 네오랩컨버전스가 만든 종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세한 점이 찍혀 있다. 적외선을 반사하지 않는 탄소 잉크로 점을 인쇄해 이것을 적외선카메라가 읽으면 웹의 하이퍼링크 기능처럼 특정 콘텐츠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이용했다. 리더(reader)기가 달린 펜을 각각의 점에 갖다 대면 정보를 읽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일종의 디지털 기술을 입힌 아날로그 노트로 이상규 대표는 이를 '종이 반도체(ipaper)'라고 설명한다.

이 대표는 "단위 점의 크기는 4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로 아주 미세한 크기"라며 "그럼에도 바코드ㆍQR코드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펜이 단위 점을 인식하는 속도는 1초에 130번 수준이다. 기존 외국 제품이 60번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스마트펜의 인식 속도는 현재까지 나온 제품 중 최고 수준이다.

제품은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의사들이 병원에서 펜으로 차트 종이에 기록한 내용을 실시간으로 저장할 수 있는 전자차트를 개발해 호주에 수출 중이며 유명 강사가 필기한 내용을 손 안의 스마트 기기에서도 볼 수 있어 교육용으로도 활용 가치가 높다. 필기한 것을 다시 복원해서도 볼 수 있다. 실제 이 대표는 기자에게 만화가 이현세 씨가 노트에 그렸던 그림을 그린 과정을 복기하듯 보여주기도 했다.

제품 디자인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단순히 기능이 좋은 제품으론 부족하고 디자인까지 뒷받침돼야 매력적인 제품으로 태어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중소기업으로는 적지 않은 10명의 디자이너가 제품 디자인에 매달린다. 그 결과 '네오원'은 지난해 세계적 디자인상인 iF디자인 어워드 제품 부문에서 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고등학교 재학 중 전국컴퓨터경진대회(현 정보올림피아드) 고등부 1위를 할 정도로 두각을 보였다. 모눈종이에서 힌트를 얻어 본격적으로 제품 개발에 나섰다. 이 대표는 "필기한 정보를 모아 빅데이터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아날로그와 디지털 기술을 접목시킨 생태계를 꾸준히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범 기자 / 사진 = 박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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