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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진도 여객선 침몰]"가만 있으라" 방송한 세월호..구조 지시엔 "방송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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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된 생존자들 "배 기운 뒤 '선내 대기' 방송 6차례"

거리 먼 제주 VTS에 먼저 신고한 점도 의문

[진도=이데일리 김형욱 김도년 기자] 침몰하는 동안 수차례 승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방송한 세월호 승무원들이 진도연안교통관제센터(VTS)의 구조 지시에는 “(승객에게) 방송이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허위 보고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또 배가 침몰 중인 상황에서 인근 진도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VTS)가 아니라 사고 해상으로부터 훨씬 멀리 떨어진 제주VTS와 먼저 교신한 점도 의문점으로 지적된다.

20일 범정부사고대책본부가 공개한 세월호와 진도연안VTS 간 교신 내용에 따르면 세월호 승무원은 침몰 도중 ‘방송을 해서 승객들에게 구명동의를 착용토록 하라’는 진도연안VTS의 지시에 “현재 방송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답변했다.

이후 “방송이 안 되더라도 최대한 승객들에게 구명동의 착용하게 두껍게 옷 입을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관제센터가 재차 지시했지만, 승무원들은 지시에 응하겠다는 대답 대신 “구조가 바로 되겠느냐”는 질문만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사고 직후 구조된 복수의 승객 말을 종합하면, 세월호는 배가 기울기 시작한 뒤 침몰할 때까지 6번의 방송이 있었다. “구명동의를 착용하라”는 게 아니라 “선실 안에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 방송이 그것.

또 승무원들은 “20분 뒤에 구조대가 도착한다”는 방송도 했다고 전해진다. 세월호 승무원들이 왜 관제센터의 지시와는 다른 내용의 방송을 했는지, 왜 방송이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했는지 의문이 남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승무원들의 잘못된 초동 대처가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배가 기울고 물이 들어차는 상황에서도 승무원들이 적극적으로 구조 활동에 나서지 않고 구조지시를 어긴 채 허위 보고까지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세월호는 또 지난 16일 오전 8시 55분 제주VTS에 신고한 뒤 약 11분이 지난 오전 9시 6분 진도VTS와 교신을 시작한 점도 의문으로 남는다. 구조가 급했다면 지리적으로 가까운 진도VTS에 먼저 연락을 취했겠지만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한편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세월호와 VTS 간의 교신 내용을 분석 중이다. 교신 내용에는 침몰 당시 상황과 세월호 승무원들의 비상조치 여부 등이 담겨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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