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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선폭 좁아 불안정한 ‘로로선’, 급회전 때 전복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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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아리아케호 땐 전원구조

아리아케호, 알살람 보카치오호, 에스토니아호, 그리고 세월호. 최악의 해상 참사를 당한 이 선박들은 크레인 없이 선박 경사판을 이용해 차량을 싣고 운항하는 배들이다. ‘로로선’이라 불리는 이런 여객·화물 겸용 선박의 경우 급선회 시 무게가 한쪽으로 쏠려 침몰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세월호와 비슷한 사고가 일어났던 일본 선박 아리아케호 사례를 들여다볼 만하다.

아리아케호는 2009년 11월 미에현 연안에서 파도에 휩쓸린 뒤 4시간 만에 90도로 넘어졌다. 이 배는 세월호와 비슷한 7000t 규모의 카페리 여객선이며, 세월호가 만들어진 나가사키현의 하야시카네 조선소에서 건조됐다. 특히 이 배를 운영한 선사는 한국에 세월호를 매각한 마루에이페리여서 세월호 사건과의 유사성이 집중 거론되고 있다.

경향신문

사고 당시 아리아케는 강한 파도에 중심을 잃었는데, 배 안에 실려 있던 컨테이너 150개와 운반차량 44대 등 2400t가량의 화물이 한쪽으로 쏠려 선체가 급히 기울었다. 다행히 승객과 승무원들은 구조됐으나, 일본 당국이 로로선의 화물적재 방식을 점검하는 계기가 됐다. 조사 결과 배가 기울어지면서 갑판의 컨테이너 고정장치가 끊어진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일본 당국은 아리아케처럼 선박 속도를 높이기 위해 선체 폭을 줄인 로로선이 급선회 때 옆으로 기우는 사례가 많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발트해를 지나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향하던 MS에스토니아는 1994년 9월 악천후로 침몰해 탑승자 852명이 숨졌다.

2006년 승객과 차량 등을 싣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집트로 향하다가 홍해에서 전복된 이집트 선적의 알살람 보카치오호에서는 1400여명의 탑승자 중 300여명만이 목숨을 건졌다.

이 배는 워낙 낡았던 데다 정해진 인원을 훨씬 초과하는 승객을 태우는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었으나, 선체 화물이 한쪽으로 쏠린 것도 급속 침몰한 원인으로 지적됐다.

블룸버그통신은 18일(현지시간) “세월호 사고로 로로선의 취약성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한편 세월호는 한국에 매각되기 전인 2009년 배선 문제로 화재가 난 적도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20일 전했다.

<구정은 기자 ttalgi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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