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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장관님 오십니다"·자작시… 속 뒤집는 정치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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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5일째]선거문자·책임회피·의전요구… 경거망동 행언들]

머니투데이

(진도=뉴스1) 김태성 기자 정홍원 국무총리가 17일 새벽 전남 진도 해안 여객선 침몰 사고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진도실내체육관을 방문했다가 물세례 봉변을 당한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2014.4.17/뉴스1


여객선 '세월호' 침몰 5일째를 맞은 20일. 긴 시간이 지나는 동안 생존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을 잡고 버티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의 화만 돋운 사람들이 있다. 바로 정치인들이다.

그들이 보인 권위적인 행태와 경거망동한 발언은 실종자 가족들뿐만 아니라 온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지난 16일 오전 8시55분쯤 꽃다운 나이의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 325명과 여행객들을 태우고 인천에서 제주도로 가던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관매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이 선박에는 승객과 선원 등을 합쳐 총 476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자녀를 찾지 못한 부모들이 울고 있는 진도실내체육관에 이날 오후 늦게 거대한 양복 입은 사람들 무리가 찾아왔다. 찾아온 무리들 한 가운데 있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정치인들. 안철수, 정몽준, 황우여 등 여야 유력 정치인들이었다.

정치인들은 수행원들이 겹겹으로 에워싼 채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실종자 가족들에게 악수를 청하고, 카메라 앞에서 이야기를 경청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안산에서 온 한 아버지는 "정치인 옆에서 수행원들이 말 한마디라도 더 붙이려고 '사망자는 몇 명이더라'라는 얘기를 중요한 정보인 듯 얘기하고 있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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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세월호 침몰 현장을 방문한 뒤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자작시/ 사진=김문수 트위터


이런 상황 속에서 17일 새벽 0시30분 진도실내체육관을 찾았던 정홍원 국무총리는 "우리 아이를 살려내라, 사고 난 후 이제껏 무엇을 했느냐"는 항의를 듣다가 체육관 밖으로 나가는 과정에서 실종자 가족이 던진 생수 병에 의해 물벼락을 맞기도 했다.

다음날인 17일에는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체육관을 방문했다. 한 실종자 가족이 "경기도지사님께서 지금 하시는 말씀을 현장에 전달하거나 뭐 책임질 수 있는 발언을 하시는 겁니까"라고 항의하자 김 지사는 "저는 경기도 지사지만 경기도 안에서는 좀 영향력이 있는데 여기는 지금 경기도가 아닙니다"라고 답해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분노를 샀다.

김 지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날 저녁 세월호 침몰 관련 자작시를 트위터에 올리기까지 했다. "어린 자식 바다에 뱃속에 갇혀 있는데/부모님들 울부짖는 밤/괴로운 밤 불신의 밤/비까지 내려…"라는 내용의 이 시는 누리꾼들 사이에서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누리꾼들은 "로마가 불탈 때 노래를 불렀다는 네로황제가 떠오른다"고 비난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온 국민의 슬픔까지 이용해 선거홍보 문자 보낸 사람들"이라는 내용의 게시물이 다수 게재됐다. 구청장, 시장 등 지방선거 경선후보들이 "안타깝고 희생이 더 이상 없길 바랍니다" 등의 내용의 문자를 보내며 말미에 자신의 이력을 언급했다는 내용이었다. 어떤 후보들은 문자 마지막에 "오늘부터 여론조사가 실시된다"면서 사실상 선거운동에 가까운 내용도 포함시켰다.

18일에는 서남수 교육부 장관의 한 수행원이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빈소에서 유족에게 "교육부 장관님 오십니다"라며 귓속말을 해 유족의 분노를 샀다. 유족은 바로 수행원에게 "어쩌란 말이냐"며 "장관 왔다고 유족들에게 뭘 어떻게 하라는 거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직까지도 진도실내체육관과 팽목항에서 새로운 수색, 구조 소식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들은 "정치인, 경찰, 군인, 언론 이제 아무도 믿지 못하겠다"며 "다들 '최선을 다해 구조하겠다'는 거짓말만 한 채 시간이 이렇게 지나가 버렸다"며 절망에 늪에 빠졌다.

전남(진도)=김유진기자 yoo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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