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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어저께TV] '뉴스9' 손석희의 냉철함 그리고 인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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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OSEN=오민희 기자] “이제 JTBC ‘뉴스9’이 가지려 하는 것은 진실의 힘입니다. 힘 없는 사람을 두려워하고. 힘 있는 사람이 두려워하는 뉴스. 그렇게 가겠습니다.”

손석희 앵커가 지난해 9월 JTBC 보도담당 사장으로 취임하고, 간판 뉴스인 ‘뉴스9’를 맡으며 약속했던 믿음직한 멘트다. 힘겨운 도전이었지만, 손석희의 진정성 있는 보도는 세월호 침몰 사고 관련 뉴스에서 빛을 발휘하며 믿고 보는 뉴스 채널로 떠올랐다.

특히 연일 포털사이트 검색어를 장악했던 ‘손석희 사과, 손석희 10초 침묵, 손석희 배려’는 정확한 승선 인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혼선을 부추기는 당국의 숫자놀음에 지치고 분노한 국민들의 마음을 제대로 어루만져줬다는 평이다.

무엇보다 한 점 흐트러짐 없는 스타일과 냉철하고 절제된 화법을 구사하던 베테랑 앵커인 그가 “실종자들의 생존가능성의 거의 없다”는 전문가의 부정적인 의견에 말을 잇지 못하던 ‘10초 침묵’은 자극적이고 일방적인 보도에 지쳐있던 시청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 후배의 인터뷰 논란에 대처하는 손석희의 사과
손석희는 지난 16일 ‘뉴스9’ 오프닝에서 “친구가 사망했다는 걸 알고 있나”라는 부적절한 질문으로 논란을 빚은 박진규 기자의 잘못을 대신 사과했다. 발 빠르게 잘못을 인정하고, 앞으로 이를 보완하겠다는 진정성 있는 사과는 논란을 일단락 짓는데 큰 역할을 했다.

손석희는 이날 “저는 지난 30년 동안 갖가지 재난보도를 진행해온 바 있습니다. 제가 배운 것은 재난보도일수록 사실에 기반해서 신중해야 한다는 것과 무엇보다 희생자와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고 무겁게 말문을 열었다.

이어 "오늘 낮에 여객선 침몰 사고 속보를 전해드리는 과정에서 구조된 여학생에게 건넨 질문 때문에 많은 분들이 노여워하셨습니다. 어떤 변명이나 해명도 필요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나마 배운 것을 선임자이자 책임자로서 후배 앵커에게 충분히 알려주지 못한 저의 탓이 가장 큽니다. 깊이 사과드리겠습니다"라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마지막으로 손석희는 "속보를 진행했던 후배 앵커는 지금 깊이 반성하고 있고 몸 둘 바를 몰라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도 많은 실수를 했었고, 지금도 더 배워야 하는 완벽하지 못한 선임자이기도 합니다. 오늘 일을 거울삼아 더욱 신중하고 겸손하게 정진하도록 하겠습니다"고 무겁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 베테랑 손석희 앵커의 10초 침묵이 남긴 여운
같은 날, 세월호 보도를 전하던 JTBC 손석희 앵커가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문가의 의견에 10초간 침묵했다. 그의 침묵 속에 드러난 참담함과 안타까움에 시청자도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손석희는 이날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백점기 교수와 전화인터뷰를 진행했다. 백 교수는 손석희가 "제일 중요한 질문일 수도 있지만 참 어려운 질문이다"라며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을 묻자, "격실이 폐쇄됐을 가능성이 희박하며 배의 구조상 공기 주입을 하더라도 사실상 생존이 불가능하다"며 부정적인 결론을 내놨다. 실종자들의 생존을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크레인을 이용해 배를 통째로 들어올리는 것뿐이라고도 덧붙였다.

이에 손석희는 수 초간 침묵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상대가 전화연결이 끊긴 줄 알고 “여보세요?”라고 반문할 정도로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손석희는 겨우 입을 뗐다. 그러나 목메인 목소리로 "크레인은 내일도 이용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교수님 말씀이 만에 하나 틀릴 수도 있겠죠?"라고 재차 질문하며 세월호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해 시청자들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진정성 있는 소통의 힘이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 실종자 부모를 배려한 손석희의 세심한 위로
손석희는 지난 17일 세월호 보도와 관련해 안산 단원고 학생 학부모 김중열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손석희는 “일단 현장 정리가 안 되고 지휘체계도 없다. 뭔가 하고자 하는 의욕조차 없는 것 같다. 단순히 시간만 보내려고 하는 느낌만 받고 있다"며 정부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내는 학부모의 말을 경청했다.

그러나 인터뷰 중 갑자기 사망자가 추가 발견됐다는 소식을 들려오자, 손석희는 제작진에게 손을 가볍게 들었다. 그리고 "자막은 넣지 마시고요"라고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화면을 보고 있는 실종자 부모를 위한 세심한 배려이고 위로였다. 시청자들은 대한민국에 이처럼 인간미 넘치는 앵커가 있다는데 그나마 작은 위안을 얻었다.

그리고 지난 18일, 다른 매체에서 플로팅 도크 보도가 한창일 무렵. 손석희는 이종인 알파잠수 기술공사 대표와 인터뷰를 하며 이와 관련한 보도를 주저했다. 세월호 인양은 곧 실종자 구조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이종인 대표의 설명 때문이었다.

손석희는 “리포트를 해드려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플로팅 도크가 무엇인지 리포트를 보기는 하겠습니다만 그것이 쓰여진다는 걸 상정하기는 괴롭군요”라며 플로팅 도크의 보도를 내보냈다. 그러나 보도가 끝나자마자, "말씀드린대로 구조작업이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크레인이든 플로팅 도크든 써선 안 되는 것이고, 이 장비들이 사용되기 전에 좋은 소식을 들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합니다"고 덧붙이며 획일화되고 일방적인 정보에 지쳐있던 시청자들과 소통했다.

minhee@osen.co.kr
<사진> JTBC '뉴스9'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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