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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홍성흔 "이번주 야구 꼭 해야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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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OSEN=이대호 기자] "지금 우리가 야구를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어요."

세월호 침몰 사고는 전 국민을 죄인으로 만들었다. 평범한 일상 속 즐거움과 기쁨을 누리면서도 그들을 생각하면 마음 한 켠이 무거워진다. 내가 즐거워 웃고 소리 지르면서도 '이래도 되나'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꽃다운 나이, 영원히 봄에 머물러야만 하는 숱한 생명은 남은 자들에게 큰 슬픔은 던져놓고 떠났다.

한국 프로야구도 이들의 슬픔을 함께하고 있다. 이번주까지 모든 구단들은 앰프, 이벤트 등 모든 응원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18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두산-롯데전은 주말 빅게임임에도 불구하고 1만8000여명만 야구장을 찾았다. 두산 구단 관계자는 "5000석 정도가 예매취소 되었다. 날씨도 좋은 데 이렇게 대량취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아무래도 세월호 침몰 사고로 야구 팬들이 야구장에 올 생각을 못 하시는 것 같다"며 착잡해했다.

야구선수들 역시 마찬가지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그라운드에서 뛰고 환호하면서도 '내가 이래도 되나'라고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그들 역시 한 집안의 아들이며, 아버지이기 때문에 결코 마음이 가볍지 않다. 야구선수가 야구를 하는 건 당연한 것이지만, 세월호 침몰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야구선수들의 마음도 짓누르고 있다.

홍성흔(38,두산)은 두 아이의 아버지다. 사고가 일어났던 16일, 홍성흔은 부진 탈출을 알리는 홈런 2방을 쏘아 올렸다. 경기 후 MVP로 선정된 홍성흔은 '홈런 축하드린다. 밀어쳐서 홈런을 만들었는데 소감이 어떠냐'라는 아나운서의 질문에 "유가족 분들에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라는 말을 먼저 꺼냈다.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치고도 홍성흔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그날 오전 있었던 사고가 자꾸만 머릿속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실 대다수 선수들은 16일 경기 중에는 사건의 심각성을 잘 몰랐다. 그들이 야구장에 출근하는 오후 1시 정도에는 '전원 구조'라는 소식이 방송을 통해 전해졌기 때문이다.

홍성흔은 "불행 중 다행으로 큰 사고가 아니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경기를 준비했다. 그런데 경기 중 들리는 말로는 정말 심각하게 상황이 흘러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 내가 어떻게 야구를 해야하나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홈런을 치고 난 뒤 세리머니까지 했지만 사건의 심각성을 몰랐을 때다. 홍성흔은 "경기 후 화리 엄마에게 정말 많이 혼났다. 그 상황에서 세리머니까지 해야했냐고 말이다. 그렇지만 나도 야구장에 올 때까지는 전원구조 된 것으로만 알았다. 그제서야 '내가 잘못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홍성흔은 "이번 주 꼭 야구 해야하나"라고 한숨을 쉬었다. "지금 야구를 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닌 것 같다. 야구장에 오시는 분들도 저와 같은 생각일 것 같다. 야구장에 오면 소리도 지르고 흥도 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럴 분위기가 아니지 않는가."

올해 프로야구는 아시안게임 때문에 더욱 빽빽한 일정소화를 해야만 한다. 월요일 경기를 부활시킬 정도다. 정해진 일정소화와 애도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을 수는 없을까. 작년 보스턴 마라톤 폭탄테러 당시 보스턴 레드삭스는 추모의 뜻으로 경기를 하루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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