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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35년 '유통맨'도 불명예 퇴진, 홈쇼핑 비리 유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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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헌 롯데쇼핑 대표이사 끝내 사의…횡령부터 납품비리까지 업계 병폐 수두룩]

머니투데이

/사진=뉴스1 안은나 기자


35년간 롯데그룹에서 유통 사업을 맡아온 신헌 롯데쇼핑 대표이사가 끝내 사의를 표명하고 불명예 퇴진했다. 2008∼2012년 롯데홈쇼핑 대표이사 재직 당시 횡령 및 납품 비리에 연루된 혐의 때문이다.

롯데쇼핑은 지난 17일 신헌 대표이사가 일신상 이유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18일 발표했다. 신 대표는 롯데홈쇼핑 납품 비리와 횡령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아왔으며 이날 법원의 영장 실질심사가 예정돼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신 대표 스스로도 대표이사 직무를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고경영자까지 연루된 홈쇼핑 업계의 비리 사건 유형은 크게 2가지다. 우선 건물 및 스튜디오 인테리어 비용을 부풀린 뒤 나중에 해당 업체로부터 돈을 돌려받는 유형이 있다. 신헌 대표를 비롯해 롯데홈쇼핑 전.현직 임직원들은 2010년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영등포구 양평동으로 사옥을 옮기는 과정에서 인테리어 업체에 비용을 과다 청구하도록 한 뒤 수 억 원을 돌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시청률이 높은 황금시간대 방송 편성을 미끼로 거액을 받는 것도 홈쇼핑 비리의 대표적 유형이다. 상품기획자(MD)가 막강한 권한을 지닌 홈쇼핑의 특성상 이런 비리는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품질검사팀과 기획.편성팀 등 담당자와 임원 등까지 방송시간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다단계 상납'이 이뤄진다.

홈쇼핑 업계는 각종 판매비용과 과도한 사은품을 요구하는 관행도 여전하다. 광고·홍보를 비롯해 무이자 카드할부와 반품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납품 업체 몫으로 돌리는 경우도 있다. 납품 수량을 늘리거나, 무료 사은품을 제공하도록 요구하는 것도 문제다.

최근 홈쇼핑 방송을 포기한 한 중소기업 대표는 "카드사 수수료에 반품에 따른 택배비, 재포장비 등도 고스란히 납품업체가 내야 한다"며 "이런 구조 탓에 MD를 수개월간 설득해 어렵게 홈쇼핑에 입점했지만 오히려 손실이 많아 방송을 내보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홈쇼핑 업체가 수량을 과도하게 정한 뒤 방송에서 제품이 잘 안 팔리면 남은 물량에 대한 방송을 취소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구두로 입점계약을 하고 실제 계약서를 쓰는 과정에서는 더 높은 수수료율을 요구하기도 한다.

홈쇼핑 업계는 상품기획, 품질관리, 방송편성 등 부서간 기능을 분리하고 비리 제보 창구를 운영하는 등 투명성 강화를 위한 자정 노력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부서 간 상호 견제보다는 조직적인 유착으로 이어져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납품비리 등 공공성과 공정성을 저해한 홈쇼핑 채널에 대해 재승인 심사 시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이 그나마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부는 내년 5월 롯데홈쇼핑에 대한 재승인 심사를 실시한다.

송지유기자 cl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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