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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우려가 현실로… 속속 떠오르는 시신들 ‘통곡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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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바뀌면서 흘러나오기 시작”

난간에 매달렸다 휩쓸렸을 수도

“선박 주변에 안전펜스 설치해야”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 침몰한 지 사흘째를 맞으면서 조류를 타고 바다 위로 떠오르는 탑승객들의 시신이 늘어나고 있다. 구조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할 경우 거센 물살 때문에 시신이 유실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오후 4시 현재 사고 현장에서 수습된 사망자는 총 28명으로, 이 중 지난 17일 오후 7시30분부터 18일 오후 1시30분까지 집계된 사망자 수가 19명이다. 17일 오후 7~9시 사이에 시신 2구가 발견됐고 오후 9시대에 3구, 오후 11시대에 6구, 18일 0시대에는 5구가 한꺼번에 발견됐다. 모두 선체 내부 수색이나 잠수부 구조 과정이 아니라 바다 위에 떠올라 표류하던 시신을 거둔 것이다.

경향신문

‘무사 귀환’ 촛불 든 학생·시민들 18일 밤 경기 안산시 중앙역 앞에서 안산 시민과 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여객선 세월호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고 있다.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사망자 수가 단시간 내에 급격히 늘어난 것에 대해 해경은 조류가 바뀌면서 배 안에 있던 시신들이 떠오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 관계자는 “정확한 원인을 분석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지만 조류가 바뀌면서 배 안에 있던 시신이 밖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번에 떠올라 발견된 시신 대부분이 구명조끼를 입고 있다는 점으로 미뤄 선실 밖까지 나왔으나 탈출하지 못한 승객들이 선체의 특정 구조물 등에 걸려 있다가 물살을 타고 떠올랐다는 분석도 있다. 서해해경청은 지난 17일 구조 활동을 일시중지하면서 배 안에서 물이 원형으로 도는 와류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거센 조류가 밀어올린 시신이 속속 발견되면서 구조 작업이 장기화될 경우 조류 때문에 시신이 유실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경과 해군 등은 잠수요원을 현장에 투입하고 선내 진입을 시도하고 있지만 사고 발생 후 사흘이 지나도록 선실 내부 수색 작업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사고 발생 직후 난간 등에 매달려 있던 탑승자가 미처 구조되지 못한 채 물살에 휩쓸렸을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바다에 뛰어내린 탑승자가 조류에 떠내려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고 지점인 맹골수도 해역은 평소에도 유속이 시속 10㎞에 달할 정도로 물살이 빠른 곳으로 악명이 높다.

세월호 주변에 시신이 떠내려가는 것을 방지할 안전펜스가 설치되지 않아 유실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특전동지회 소속인 한 민간 다이버는 지난 17일 진도 팽목항에서 김수현 서해해경청장에게 “침몰 선박 주변에 기본적인 안전펜스도 설치돼 있지 않아 실망했다”고 말했다.

서해해경청 관계자는 “사고 초기 세월호 주변에 안전펜스를 설치했지만 이 펜스 때문에 특수구조대와 민간 다이버, 구난업체 잠수부들의 수색 작업이 위험해질 수도 있어 제거했다”고 설명했다.

구조 작업에 참여하는 민간 다이버는 “실종자의 구조·수색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선체를 인양하기 전까지 세월호 주변에 안전펜스를 설치해 시신 유실을 막아야 한다”며 “시신을 찾지 못하는 불상사가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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