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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강준만 "우리는 왜 정당을 증오하면서도 사랑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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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림문화재단 '인문학아카데미' 특강] "증오에 지배받는 감정독재 벗어나야···"]

머니투데이

지난 17일 강만준 전북대 교수는 '감정독재와 싸우는 법- 증오의 소용돌이에서 탈출하기'를 주제로 인문학 강의를 했다. /사진제공=메디치미디어

"소통이 안 된다는 건 이런 얘기 같습니다. 제 주변을 보면 바라는 세상에 대한 그림이 거의 같고, 대학입시나 남북문제와 같은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99%정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런데 정치에 관한 시각은 대화가 안 될 정도입니다. '어떻게 저렇게 생각할 수 있을까'하면서 피차 짜증나고 화가 치미는 거죠."

지난 17일 서울시 시민청에서 열린 수림문화재단의 '인문학아카데미(공명)'에서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소통'에 관한 이야기로 입을 열었다. 강연의 주제는 '감정독재와 싸우는 법- 증오의 소용돌이에서 탈출하기'였다.

세상을 보는 관점이 같은데 현실정치를 두고는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다른 생각을 내세우는 이유는 뭘까. 강 교수는 결국 "의인화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내가 바라는 세상은 결국 사람을 통해서 바꾸는 것 아니겠습니까? 결국 내 열망과 비전을 어떤 사람에게 바치는 건데, 거기서 격차가 발생하는 것 같아요. 왜 그 사람이어야 하는가, 왜 그 세력이어야 하는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는 '감정독재'라는 주제를 들고 나온 이유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우리 모두는 한국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과 신념을 가지고 있을 텐데, 어떻게 그러한 생각을 갖게 되었냐고 물어보면 '감정' 때문이라고 답하는 분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 교수는 "모두 감정에 의해 그 생각을 갖게 됐고, 나중에 논리와 이성을 통해 정당화 시키는 작업을 하는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최근에 펴낸 책 '감정독재'에도 얼마만큼 우리가 감정독재 체제 하에 살고 있는지 담겨 있다. 그는 대학입시제도의 잦은 변화, 노력의 정당화, 지식인 논객들의 편 가르기 등을 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우리는 왜 정당을 증오하면서도 사랑하는 걸까요?"

그는 이렇게 질문을 던지고는 이내 "스톡홀롬 신드롬"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우리가 선거 때만 되면 1번 아니면 2번만 찍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며 "정당을 증오하면서도 무소속은 찍지 않는데,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권력을 잃으면 일찍 죽는다며 '지위 신드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권력을 가지려는 이유를 한 번 생각해보자며 권력욕망은 인정해 줘야 한다는 말도 했다.

무엇보다 우리는 이 증오의 소용돌이를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까. 그는 "증오 없는 정치는 말도 안 된다"며 "증오가 정치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증오가 있을 때 엄청난 원동력이 있다는 것이다. 나라 잃은 시절에 독립투사들이 증오 없이 처자식을 버리고 목숨을 바쳤겠냐고 반문한다.

그는 "지금 우리는 정당한 수준의 증오를 넘어섬으로써, 원래 증오가 겨냥했던 본래의 취지에 역행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보자"며 "우리가 처해있던 여건 때문에 본의 아니게 증오의 소용돌이로 몰려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초강력 일극주의, 이른바 서울공화국이 문제이고, 승자독식과 '빨리빨리'만 외치는 속도주의, 연고주의, 미디어 당파주의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제가 꿈꾸는 것은 비무장 지대를 넓히는 것입니다. 승자독식의 이전투구가 벌어지는 영역에서 떨어져서 비무장된 영역과 분야가 필요합니다. 이념과 정치적 노선에서 벗어난 그런 분야를 확보하자는 겁니다. 예컨대 방송사장단을 시민의 힘으로 무보수 명예직으로 뽑을 수도 있겠죠. 참여에 대한 인식도 인물중심형에서 목적지향형으로 바뀌면 좋겠습니다."

이언주기자 ash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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