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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자기계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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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사랑은 왜 불안한가|에바 일루즈 지음|김희상 옮김|돌베개|136쪽|9800원

연애는 어렵고 섹스는 쉽다. 각박한 현대사회, 사람들은 더 높은 경제적 지위와 권력을 쟁취하려 하고 때론 만남조차 신분·소유·교양·매력을 재고 따지는 무한 경쟁의 장(場)으로 변한다.

여성사회학자 에바 일루즈는 전 세계 100만부가 넘게 팔려나간 베스트셀러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이런 우리의 '불안' 속에서 태동한 책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의 주인공 크리스천과 아나스타샤는 계약서를 쓰고 소위 'BDSM(사디즘과 마조히즘으로 뒤섞인 성생활)'에 빠져든다. 사람들이 이 소설에 열광한 이유를 두고 에바 일루즈는 "BDSM이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구조적으로 불안할 수밖에 없는 애정관계를 풀어줄 해결책으로 읽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역할과 아픔, 통제와 합의의 경계를 약속하는 확실성이 오히려 해방감을 준다는 것.

일루즈는 또한 가난하고 매력적이지도 않은 아나스타샤가 섹스를 하면서 점차 자율성을 찾고, 주도적으로 사랑을 쟁취한다는 것에도 주목했다. '그레이…'는 로맨스 소설의 외피를 쓴 자기계발서라는 주장이다.

[송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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