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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여객명부 없음' 표시하고도 출항 전 안전점검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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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 관리지침 유명무실

3시간 필요한 점검 20분 만에 끝

작동 구명정 1척뿐인데 '이상 무'

화물도 보고서보다 500t 더 실어

중앙일보

구명정도 제대로 펴지지 않은 세월호가 출항 전 안전점검 때 ‘이상 없음’ 판정을 받고 출항을 허가받았다. 반드시 작성하게 돼 있는 탑승자명부는 ‘없음’으로 표기된 상태였다. 여객선의 해양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만든 여객선안전관리지침이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안전점검에서 세월호의 침몰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화물 고정상태 등에서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컨테이너를 일반 밧줄로 묶는 등 튼튼하게 결박되지 않았다는 승무원의 증언이 나오고 있다.

해운법에 따라 모든 여객선은 출항 전 안전점검을 받도록 돼 있다. 선장의 신체상태, 화물 적재상태, 구명·소화설비 등 선박 운항과 관련된 모든 사항이 점검 대상이다. 세월호 이준석(69) 선장이 작성한 안전점검 항목에는 화물 적재상태, 선원 수 등이 대부분 잘못 작성돼 있었다. 29명인 선원 수는 24명으로 기록돼 있었다. 청해진해운이 발표한 화물량은 컨테이너 105개(1157t)에 차량 180대였다. 하지만 안전점검 보고서에는 차량 150대, 화물 657t을 실었다고 기재돼 있었다. 컨테이너 개수는 표시돼 있지 않았다.

여객명부와 구명장비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탑승객의 신상 등이 기록된 여객명부는 ‘없음’으로 표기돼 있다. 청해진해운은 승선인원을 확정하지 못해 폐쇄회로TV(CCTV)를 통해 최종 판단한 바 있다. 구명정도 여객선에 설치된 46척 중 제대로 작동한 것은 1척에 불과하다. 일부 승객은 “구명정이 쇠사슬에 묶여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해운조합 인천협회 소속 운항관리자는 이 같은 세월호의 안전점검 보고서를 그대로 승인했다. 해운조합 인천지부 소속 운항관리 관계자는 “출항 전 안전점검은 선장이 진행하는 것으로 별도의 확인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허위 안전점검 보고서를 승인한 운항관리자는 오후 6시쯤 세월호에 올라 20분가량 일반점검도 진행했다. 한국해운조합 강병권 안전운항실장은 “배에 탑승해 화물 적재상태, 객실상태 등을 점검한 결과 이상이 없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가 기울 때 컨테이너가 한쪽으로 쏠렸다는 생존자들의 증언으로 미뤄볼 때 화물의 고정상태도 허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세월호가 급선회를 하며 이 화물이 한쪽으로 쏠려 복원력을 잃은 것이 주요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다. 세월호에 탔던 조타수 오용석(58)씨는 “컨테이너를 3~4층으로 쌓은 뒤 튼튼한 쇠줄이 아니라 일반 밧줄로 묶어놓았다”며 “배가 급격히 선회하며 밧줄이 끊어졌을 수도 있다”고 증언했다. 목포해양대 김광수(해상운송시스템학부) 교수는 “급선회를 하더라도 화물이 쏠리지 않았으면 복원력 때문에 침몰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었다”며 “화물 고정을 제대로 하지 않았을 가능성 등을 모두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애초 10~20분 사이의 짧은 점검으로 배의 안전상태를 제대로 살피는 게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운항관리사는 “카페리호의 경우 자동차의 결박상태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며 “세월호처럼 큰 배는 안전점검을 꼼꼼히 하면 3시간 이상 걸리는데 20분 정도에 제대로 살피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국해양대 이은방(해양경찰학과) 교수는 “운항이 취소되거나 지연되면 선주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해운사 조합 소속의 운항관리사가 안전관리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을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안효성·민경원 기자

안효성.민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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