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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정치인들 세월호 편승에 잇단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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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6·4 지방선거 예비후보들 애도성 글 붙여 홍보문자 눈살“위기일수록 제 위치에 있어야” 노회찬, 트위터 통해 쓴소리

정치는 빠져라. 일부 정치인들이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를 자신의 홍보에 이용하는 행태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6·4 지방선거 출사표를 던진 예비후보들은 애도를 가장한 홍보성 문자메시지를 유권자들에게 무더기로 보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일부 정치인들의 사고 현장 방문을 두고는 “선거 때문에 왔다” “사진 찍으러 온 것 아니냐”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여야 지도부의 ‘언행 조심’ 당부를 무색하게 하는 일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방선거 예비후보자들은 “애도한다. 선거운동을 중단한다. XX 후보 아무개”라는 애도를 빙자한 홍보성 문자메시지를 무작위로 발송하고 있다. 유명 운동선수 출신인 경남의 한 기초단체장 예비후보는 “마음을 다해 소중한 생명들의 무사귀환을 비옵니다. XX시장 예비후보 이XX 두손모음”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가 빈축을 샀다. 경찰 고위직 출신 경북의 한 기초단체장 예비후보도 “유족들에게 심심한 애도를 표한다. 전 XXXX 청장 이XX”라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경향신문

지방선거 예비후보들이 보낸 홍보 문자메시지.


지명도가 낮은 후보들 행태는 더 노골적이었다. 전남의 한 기초단체장 후보는 “군수다운 군수를 선출해야 한다는 군민 여러분의 간절한 열망. 당선으로 보답하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진도 여객선 침몰사고 현장에서. 준비된 XX군수 김XX 올림”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한 부산시교육감 예비후보는 “선거운동을 잠정 중단한다. 초·중·고등학생들이 안전하게 현장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즉각 대책을 마련할 것을 약속드린다”며 사실상의 홍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새누리당 소속 한 광역단체장 예비후보는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고 해놓고 “오늘부터 XX시장 여론조사가 실시된다”며 선거운동을 했다.

여야 당 대표와 지방선거 출마자 등 50명이 넘는 정치인들은 유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실내체육관 등 현장을 방문했다가 반발만 샀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지난 17일 진도실내체육관에서 “뉴스에는 수색을 재개하고 있다는데, 실제로 가보면 안되고 있다더라”는 실종자 학부모 하소연을 듣고 “경기도지사는 경기도 안에서는 좀 영향력이 있는데 여기는 지금 경기도가 아니다. 여러 가지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일단 해수부 장관이 와서 (해결)하게 하겠다”고 대답했다가 비판을 받았다. 김 지사는 이날 밤 ‘밤’ 등 세 편의 애도시를 자신의 트위터에 게재했다가 “지금 이 판국에 한가롭게 운율까지 맞춰 시를 쓰고 있나”라는 누리꾼들의 질타를 받고 삭제했다.

새누리당 경기지사 예비후보인 남경필 의원도 17일 진도실내체육관에서 “대통령께서 지금 현장에 방문하셨다”고 했다가, “됐고, 언제 (구조가) 되는 거야” “책임질 사람도 없고” 등 반발에 직면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송영길 인천시장도 유족들에게 “당장 나가달라”는 호통을 들었다. 새정치연합 이윤석 수석부대변인은 지난 16일 실종자 가족은 타지 못했다는 해경 경비정을 타고 여객선 침몰사고 현장을 방문했다가 특권 논란에 시달렸다.

노회찬 전 정의당 공동대표는 17일 트위터에서 “위기상황엔 중요한 분들일수록 정 위치에서 현업을 지켜야 한다”면서 “산소통 메고 구조 활동할 계획이 아니라면 정치인·후보들의 현장 방문, 경비함 승선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욱·정환보 기자 wood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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