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커피숍 임대'로 불황 버티는 금융사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사옥 로비 그냥 비워 두느니…"

고객과 대화 공간 확보 장점도

한국일보

현대증권은 올 초 서울 여의도동 본사 사옥 1층 한 켠을 대만 버블티 업체에 내주었다. 66㎡남짓의 이 공간은 직원들이 고객응대를 하던 접견실이었다. 하지만 장기불황으로 적자가 이어지자 임대수익이라도 올리기 위해 임대를 결정한 것이다.

금융회사들 본사 로비에 속속 커피전문점이 들어서고 있다. 임대수익이 일차적 이유지만, 신규고객을 유치하는 공간이 된다는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금융회사들은 사옥 로비를 주로 창업주 기념동상이나 조각 등 미술품, 화분 등으로 꾸몄다. 높은 천장에 널찍한 빈 공간을 두는 것도 공통점이었다. 하지만 장기 불황에 이런 여유공간을 그대로 놀리기 힘들어진 것.

지난달 말 재보험사인 코리안리의 수송동 사옥 로비에도 커피전문점 할리스커피가 들어왔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외부고객과의 미팅이 많은데 사옥 내 공간은 부족하고 직원들의 편의성도 높이기 위해 커피전문점에 임대했다"며 "공간을 비워두는 것보다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금융회사에는 처음으로 입점한 할리스커피는 "금융회사 특성상 회의가 많아 단체 커피배달 주문이 많다"며 "코리안리빌딩 지점은 평일 매출이 다른 지점(평균)보다 5%가량 높다"고 말했다.

2002년에 현대해상 사옥에 입점한 스타벅스 광화문지점은 1~4층을 통째로 임대했다. 이 지점은 인근 회사 직원들과 유동인구 덕에 매년 전국 지점 중 매출 상위 3위에 항상 들어간다. 현대해상은 5년 계약을 맺고 매출수익에 따라 임대료를 받고 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임대수익도 높지만 커피전문점이 들어오면 이미지도 좋아지고 외부고객 응대에도 편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교보증권, 부국증권, 한양증권 등 1층에 객장이 있는 증권사에도 최근 커피전문점이 잇따라 입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금융회사들이 전문적이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많이 강조했다면 최근에는 문턱을 낮추는 분위기"라며 "커피숍이 들어오면 유동인구가 늘어나기 때문에 고객유치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한국일보

[ⓒ 인터넷한국일보(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