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세계의 명화’
욕조라는 이름의 섬은 남극의 눈이 녹으면 육지로 물이 차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쌓아놓은 제방의 바깥에 위치하고 있다. 그들이 사는 곳은 물이 가득 차 있고, 사람들은 터전을 떠나며 언제 죽을지 모를 ‘죽음의 땅’과도 같은 곳이다. 그 섬 사람들은 문명을 뒤로하고 자연 그대로의 순수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 사람들 중에 주인공 어린 소녀 ‘허쉬파피’가 있고 그의 병든 아버지가 있다.
영화 ‘비스트’의 주인공 허쉬파피. EBS 제공 |
그런데 이곳 욕조 섬에는 오래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이 하나 있다. 우주의 균형이 깨어질 때 선사시대 빙하기 단단한 얼음에 갇혀버린 ‘오록스’가 깨어난다는 것. 문명화된 삶을 거부한 채 살아가는 강인한 생명력의 가치를 믿는 그들에게 ‘오록스’는 문명으로부터 파괴되지 않도록 지켜야 하는 판도라의 상자와 같은 것이다. 병으로 죽음을 앞둔 아버지는 이 섬에서 홀로 살아가야 하는 딸에게 살아남는 법을 익히도록 삶의 강인함을 혹독하게 가르치려 한다. 하지만 어린 소녀 허쉬파피는 그런 아버지에게 하루하루 불만이 쌓여가기만 한다.
영화는 ‘오록스’라는 전설의 판타지를 통해 거대한 우주는 그 속에 살아가는 모든 생명력의 퍼즐이 균형을 이뤄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는 것과 나비효과처럼 작은 퍼즐의 균형이 거대한 우주의 균형을 깨뜨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한 소녀를 통해 보여준다.
벤 제틀린 감독은 세상 끝에서 아버지를 잃은 어린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더 이상 삶이 지속될 수 없는 공간 속에서 희망과 기쁨을 잃지 않으면서 어떻게 이겨낼 힘을 찾아낼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고 했는데 사형 선고와도 같은 위기의 순간을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물음을 던져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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