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부모가 되는 일은 행복이지만 부모는 행복하지 않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부모로 산다는 것

제니퍼 시니어 지음ㆍ이경식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발행ㆍ480쪽ㆍ1만6000원

한국일보

<부모로 산다는것>이 출간 후 뉴욕타임스의 커버스토리로 다뤄지는 등 주목을 받으면서 저자 제니퍼 시니어는 TED 콘퍼런스 30주년 기념 강연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알에이치코리아 제공


적게 낳고 열성적으로 돌보는 시대
미래에 대한 기대 높아져 더 오냐오냐 키워

가정생활·직장생활·교우관계 등
아이가 미치는 영향력 커지며
'기쁘지만 재미 없는 일' 전락


이 시대에 부모가 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인간이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경험일까, 아니면 이전에 누리지 못했던 새로운 인생의 충만감을 맛보는 과정일까.

사실 아이를 키우는 일에는 환상과 현실이 공존한다. 그래서 저자는 원제이기도 한 '기쁘지만 재미 없는 일'(All Joy and No Fun)로 '부모 되기'를 설명한다. 주간지 뉴욕매거진 기자인 저자는 잡지에 실린 같은 제목의 커버스토리가 화제가 되자 자료를 보강해 올해 초 단행본을 펴냈다. 2010년 게재된 커버스토리의 부제는 '왜 부모는 육아를 싫어하는가'였다.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되는 일은 의심할 여지 없이 기쁜 일이다. 그런데 왜 콕 집어 부모는 행복하지 않다고 이야기할까.

저자는 일단 최근 수십 년 사이에 부모가 되는 경험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고 지적한다. 관습이나 의무 때문에 아이를 가졌던 과거의 부모와 비교해 요즘 부모는 아이를 선택할 자유를 갖는다. 자신이 원할 때 더 적게 낳을 수 있는 자신의 소중한 성취로 육아를 여기기 때문에 그만큼 열성적인 자원자가 되어 아이를 돌보게 되고, 자연히 아이가 자기에게 보답해 줄 미래에 대한 기대도 높아진다. 여성의 사회 진출과 기술 발달에 따른 업무시간 확대로 남녀 모두에게 가정생활이 복잡해졌고, 아이들은 공장 업무 등 노동에 참여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완벽히 '보호 받는' 존재가 됐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부부의 결혼생활이 나아갈 방향과 직업, 친구, 야망, 내면의 자아를 마음대로 비틀기 시작했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문제는 이 같은 변화 속에서도 부모가 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논의가 활발하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저자는 부모가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이 아닌, 아이가 부모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룬다.

특히 저자는 오늘날의 부모가 정서적, 금전적으로 육아에 엄청난 노력을 쏟아 부으면서도 왜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지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 결과를 찾아 소개한다. 예를 들면 두 살배기 아이를 둔 엄마는 평균적으로 3분에 한 번씩 어떤 명령을 내리거나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아이들은 평균적으로 60%만 복종한다는 연구, 아이의 출생과 함께 부부의 잠자리 횟수가 3분의 1로 줄어들고, 결혼생활의 만족도가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뚜렷하게 내리막으로 치닫는다는 보고 등이 대표적이다. 자녀의 존재가 부모의 가정생활과 직장생활, 습관, 취향, 교우관계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사회적, 역사적, 심리적, 인류학적, 경제적 측면으로 두루 살펴보는 것이다.

물론 육아의 어려움을 분석하는 것만이 책의 목적은 아니다. 아이를 키우는 의미를 인생의 보다 넓은 맥락으로 받아들이게 하려는 게 주된 목표다. 결국 책은 부모가 된다는 것은 성인의 삶에서 맞이할 수 있는 가장 갑작스럽고 극적인 변화 가운데 하나이며 육아와 아이가 아닌 부모가 되어 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저자의 주장에 공감한다고 해서 중노동에 가까운 부모의 과업이 갑자기 줄어드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아이의 발달 단계별로 느끼는 순간의 작은 쾌감에 기대는 대신 부모로서 성장해 가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더 큰 기쁨을 찾는 방법을 차츰 발견하는 데는 도움이 될 듯하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한국일보

[ⓒ 인터넷한국일보(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