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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모예스의 맨유… 무너진 트레블, 팀원은 트러블, 성적은 테러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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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부임 첫해 ‘최악 성적’ 곤두박질… 팬들 “리더십 부족·전술 미숙” 거센 경질 요구 속 후계자로 지목한 퍼거슨까지 비난 불똥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홈구장 올드 트래퍼드 상공에 경비행기가 한 대 떴다. ‘모예스를 선택한 것은 잘못됐다. 그를 내보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꼬리에 달렸다. 시즌 내내 애써 분을 삭이던 맨유 팬들이 지난달 29일 애스턴빌라전 홈경기를 앞두고 감독에 대한 불만을 결국 폭발시킨 것이다.

이번 시즌 맨유는 18일까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3경기에서 17승6무10패, 승점 57점으로 7위다.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22년 동안 18회나 우승했고 매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오른 맨유가 이번 시즌에는 5~6위 안에 들어 유로파 리그에라도 진출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알렉스 퍼거슨은 지난해 맨유 감독에서 물러나며 자신의 후계자로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을 지목했다. 퍼거슨의 선택에 대해 여론도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모예스 감독은 11년간 에버턴 감독을 맡아 역량을 인정받았다. 모예스는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에버턴을 이끌면서 3차례나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올해의 감독상을 3번 이상 받은 감독은 퍼거슨과 모예스가 ‘유이’했다.

불과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모예스는 생애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구단 안팎에서 모예스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모예스 감독을 조롱하는 합성사진이 퍼졌다. 퍼거슨도 덩달아 곤욕을 치르고 있다. 맨유가 맨시티에 0-3으로 완패한 지난달 26일, 분노한 맨유 서포터스들은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퍼거슨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퍼거슨은 “왜 모예스에게 맨유를 맡겼나”라고 따지는 팬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잇따른 불화설, 흔들리는 리더십

모예스 감독과 웨인 루니의 불화는 예고된 것이었다. 모예스 감독은 에버턴 감독 시절 루니와 명예훼손으로 법정소송까지 이어지는 심각한 불화를 겪었다.

모예스 감독 부임 직후 루니가 구단에 이적을 요구했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돌았다. 모예스 감독은 루니와의 다툼에서 좀처럼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경기가 거듭될수록 루니에 대한 의존도가 커졌고 모예스 감독 입장에서는 자세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

루니뿐만이 아니었다. 맨유 주공격수 로빈 판 페르시와 노장 라이언 긱스가 모예스 감독의 훈련 방식에 불만을 느낀다는 말이 현지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

당사자들은 불화설을 바로 부인했지만 모예스 감독의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은 커져만 갔다. 모예스 감독은 카리스마가 부족해 빅클럽 감독으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상대팀 감독이 경기를 앞두고 “모예스 감독은 선수들에게 무자비해질 필요가 있다”며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 에버턴 때 전술 못 버린 모예스

에버턴은 유로파 리그 진출권만 따내도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한다면 팬들 모두가 찬사를 보낸다. 모예스 감독은 2005~2006 시즌 에버턴을 챔피언스리그에 올려 놓은 공로로 ‘올해의 감독상’을 받았다. 그러나 맨유는 다르다. 매해 우승을 노리는 팀이며 매 경기 승리를 목표로 하는 팀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해 5월 “모예스 감독은 에버턴 시절 주로 상대 실수를 노리는 축구를 했다”고 평가한 뒤 “그러나 맨유는 상대를 압도하고 경기 전체를 장악해야 하는 팀”이라고 분석했다. 모예스 감독이 달라진 상황에 맞춰 전술도 적절하게 바꿨는지 의문을 표한 것이다.

‘가디언’의 걱정처럼 모예스 감독은 ‘선 수비 후 역습’이라는 자기 스타일을 벗지 못했다. 강팀들 상대로 수세적인 전술을 펼쳐 시종일관 끌려다니는 경기를 자초했다. 이번 시즌 맨유는 상위 6개팀을 상대로 1승3무7패라는 참담한 성적을 거뒀다.

모예스는 약팀들을 상대로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측면돌파에 이은 크로스를 위주로 하는 단조로운 공격이 반복됐다. 맨유는 지난 2월 꼴찌 풀럼을 맞아 82번 크로스를 시도했지만 한 차례도 골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풀럼 감독은 “맨유의 공격전술은 단순해 막아내기 쉬웠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맨유는 경기당 평균 1.69골에 그치고 있다. 지난 시즌 맨유는 경기당 2.26골을 넣었다.

경향신문

■ 선수 영입에서도 연이은 실패

“퍼거슨이라도 우승은 어렵다.” 지난달 29일 모예스 감독이 영국 ‘데일리메일’ 인터뷰에서 토로한 고충이다. 모예스 감독은 “사람들은 우리 선수단이 노쇠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이번 시즌은 누가 감독을 맡든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모예스 감독의 말처럼 지금 맨유 주축 선수들의 기량은 예전만 못하다. 리오 퍼디낸드(36)·네마냐 비디치(33)·파트리스 에브라(33) 등 주요 선수들이 서른을 훌쩍 넘긴 수비진의 문제는 특히 심각하다.

하지만 이적 시즌에 적절한 선수 영입을 통해 팀의 약점을 메우는 것 또한 감독의 역할이다. 모예스 감독은 맨유 감독 부임 이후 시즌 개막 전까지 에버턴 시절 애제자인 마루앙 펠라이니를 데려왔을 뿐, 다른 선수 영입에는 소홀했다. 바르셀로나에서 세스크 파브레가스를 데려오려 애를 썼지만 수포로 돌아갔고 수비진 보강은 끝내 없었다. 모예스 감독은 야심차게 영입한 펠라이니를 제대로 쓰지도 못했다. 지난 1월 데려온 후안 마타 역시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27년간 맨유를 이끌면서 퍼거슨도 적지 않은 선수들과 불화를 빚었다. 때로는 선수 영입에서 실패를 맛보기도 했다. 최근 몇 시즌 동안은 매번 ‘선수단이 노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퍼거슨은 불화설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선수단을 장악했고, 경기력 논란이 이는데도 꼬박꼬박 승점 3을 챙겼다. 선수 구성이 허술하다는 비판에는 우승으로 답했다.

누구도 퍼거슨이 될 수는 없다. 모예스 감독도 마찬가지다. 퍼거슨 없는 맨유는 그동안 누적된 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모예스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것은 불공평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책임자는 역시 모예스 감독이다.

모예스 스스로 현실을 극복하고 다음 시즌에는 맨유의 과거 위력을 보여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모예스 감독이 중도 경질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이 성립돼야 한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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