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멋지게 나이 들기 vs 후지게 나이 먹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웰빙에세이] 인생 나이와 관련한 몇 가지 질문 - 3]

1945년 8월15일생, 원조 해방둥이인 서사현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고문. 고위 공무원에 오르고 공기업 사장을 지낸 그는 예순 다섯에 죽기 전에 하고 꼭 하고 싶은 일들을 꼽아본다. 그 '버킷 리스트'의 첫 번째가 공부하기다. 그래서 예순 중반에 대학원에 진학하고 사회복지학을 전공한다.

그게 인연이 되어 삼성생명에서 또 일을 한다. 이 일은 더 벌고 더 내달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자기 안에 쌓인 것을 나누고 베풀기 위한 것이다. 그는 "나누고 비우고 양보하며 줄여가는 것, 그래서 작아지고 낮아져서 점점 땅에 가까워지는 것, 그것이 늙음"이라고 말한다.

그는 '명품노인'이 되려면 사람, 돈, 건강, 일, 시간이라는 다섯 가지 요소가 적절한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조언한다.

"주변을 둘러보면 이 다섯 가지 요소의 균형이 깨져서 나머지 네 가지도 제대로 작동을 못 하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족은 화목하지만 너무 가난해서 고통 받는 사람, 돈은 많지만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 외로운 사람, 돈도 있고 주변에 사람도 있지만 정작 자신은 병들어 꼼짝도 못하는 사람, 할 일도 소일거리도 없어서 무력감에 사로잡힌 채 집안에만 틀어박혀 지내는 사람 등 옆에서 보면 남부러울 것 없는 사람도 정작 자신이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다.

- 서사현 < 명품노인 > 중에서

그는 "다섯 가지 요소 중 하나라도 갖추어지지 않으면 나이가 들수록 스트레스가 커지고 답답해진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일찍부터 이들 요소를 균형감 있게 준비하라"고 당부한다.

사람과 돈과 건강과 일과 시간을 모두 가진 '명품노인'! 어휴, 이건 어렵겠다. 나는 돈도 조금, 사람도 조금, 일도 조금이다. 몸은 약골이고 시간만 많다. 이러다간 늙고 병들고 외로운 '노후 난민'이 되겠다.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지. 중요한 것은 양보다 질이다. 크기보다 균형이다. 적더라도 내용이 충실하고 조화를 이루면 나로선 최선이다. 적은 것에 만족하고 기쁘게 누릴 수 있으면 나로선 '명품'이다.

1958년생 개띠 누나, 겁 없이 지구촌 오지를 쏘다니는 젊은이들의 멘토 한비야. 국제 NGO 월드비전의 긴급구호팀장까지 맡아 세계 곳곳의 위험한 재난현장을 누볐던 그녀가 진짜 두려워하는 게 있다.

바로 '후지게 나이 먹는 것'이다. 그녀가 '저렇게 나이 먹지 말아야지' 하며 경계하는 모습은 두 가지다. 하나는 '내가 왕년에는'을 말머리로 삼아 옛날이야기를 하고 또 하는 사람, 자기 생각과 경험이 세상 전부이고 진리라고 믿는 사람이다. 또 하나는 자기 손에 있는 것을 쥐고만 있는 사람이다. 그녀는 "닮지 말아야 할 이 두 가지 모습을 늘 염두에 두면서 내 식으로 나이를 먹고 싶다"고 말한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움켜쥐고 베풀지 못하는 사람은 추하고 초라하여 딱해 보인다. 명색이 구호팀장이었는데, 그렇게 나이 들면 절대로 안 된다. 그래서 난 '주자학파'가 될 생각이다. 내가 가진 경험이든 돈이든 시간이든 에너지든 기꺼이, 아낌없이 나눠 '주자'는 주자학파! 내가 생각해도 멋진 이름이다."

- 한비야, < 그건 사랑이었네 > 중에서

누구나 인생은 낯설다. 빛나는 젊음도, 빛바랜 늙음도 다 첫 경험이다. 리허설이 없다. 재방송도 없다. 특히 노년은 인생 드라마의 마지막 회다. 잘못하면 만회할 길이 없다. 그것으로 종치고 끝난다.

그러니까 나이가 들수록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나이만큼 철들어 제 나잇값을 해야 한다. 노령화 추세가 너무 빨라 '누가 언제부터 노인인지' 기준점이 헷갈리고, '노인이면 어때야 하는지' 나잇값도 헷갈린다. 이런 분위기에 휩쓸려 아차하면 나이만 먹고 나잇값은 못하는 철부지 노인이 된다. 노욕으로 가득 찬 노추가 된다.

잘 사는 삶은 웰빙에서 웰에이징으로, 웰에이징에서 웰다잉으로 간다. 이 리듬에 맞춰 인생의 반환점을 돌면 웰빙 모드를 웰에이징 모드로 바꾸고 나잇값을 해야 한다. 이어 노년을 맞고 초로와 중로를 지나면 웰에이징 모드를 웰다잉 모드로 바꾸고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

말로가 되면 더 이상 삶에 집착해 인생을 고단하게 늘리면 안 된다. 이제는 아름답게 마무리할 때다. 내가 비롯된 곳으로 돌아갈 때다. 모든 걸 비우고 인생 사이클을 완성할 때다. 그것이 나의 마지막 나잇값일 것이다.



작은경제연구소에서는 덜 벌고, 덜 사고, 덜 쓰고, 덜 버리는 상생의 '지속가능경제'를 실험합니다. 머리 덜 굴리고 마음 덜 쓰는 '평화경제', 몸 더 움직이고, 가슴 더 여는 '행복경제'를 실천합니다 - 강산들꽃(江/山/野/花)



김영권작은경제연구소 소장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