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단독] KT “명퇴 거부하면 벽지로 보낸다”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한겨레] ‘명예퇴직 상담 녹취록’ 입수

말로는 명퇴, 실제는 권고사직

“남길 인력 8000명…상시 구조조정”

대상자 자리엔 빈 상자 갖다놔


‘명예퇴직’은 좋은 퇴직 조건을 내걸어 자진 신청을 유도하는 게 일반적이다. 케이티(KT)도 최근 15년차 이상 2만3000여명을 대상으로 ‘특별 명예퇴직’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신청자가 대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서 실제로 명예퇴직이 추진되는 모습은 내보낼 직원들의 명단을 뽑아 ‘권고사직’을 강요하는 쪽에 가깝다. 버티는 직원들한테는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

17일 케이티 수도권본부의 직원이 <한겨레>에 보내온 명예퇴직 상담 녹취록을 보면, 권고사직 대상으로 꼽혔으니 어서 신청하라고 통보하고 어르는 쪽에 가깝다. 명예퇴직 신청을 거부하며 다른 부서나 업무 쪽으로 보내줄 수 없겠느냐는 직원의 요청에는 “벽지로 보내져 케이블 포설과 점검 일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협박’이 따랐다. 이 녹취록은 케이티 수도권본부의 한 팀장이 고참 직원을 면담한 내용이다.

팀장 말은 특별 명예퇴직이란 이름으로 진행중인 이번 구조조정이 밖으로 알려진 것보다 강도 높고 줄기차게 추진될 것이라는 점도 보여준다. 그는 잔류를 희망하는 직원에게 “궁극적으로 케이티 정예인력은 8000명이다. 지속적으로 합리화를 추진한다”고 잘랐다. 그는 “잔류가 유리하다는 얘기도 있는데, 절대로 아니다. 잔류 인력은 가치혁신부문에 재배치해 신설부문에 대한 교육을 시켜 연고지를 불문하고 벽지에 배치한다. 케이블 포설 및 점검 일을 하게 된다. 그런 생각 하지 마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본사 인력도 50% 감축해 현장에 재배치하고, 현업기관, 회계센터, 수납센터는 하도급으로 돌린다”, “삼성식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다. 상시 구조조정하고, 2년 이상 (고과) F 받으면 권고사직 가능하기 때문에 (구조조정) 정례화될 것이다”, “노사 합의 사항이다. 회사 쪽에서는 이렇게 진행하니 알아서 판단하라”고 밝혔다.

앞서 케이티는 지난 13일 팀장들을 모아 명예퇴직을 유도하는 상담 방법과 내용에 대해 교육했다. 케이티 관계자는 “교육받은 대로 할 테니, 모든 현장에서 같은 내용의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고 봐도 된다. 3만2000명에 가까운 정규직원을 궁극적으로 8000명까지 줄이고, 삼성식 구조조정이 상시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내용은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케이티 현장 직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번 특별 명예퇴직의 ‘0순위’ 대상은 1958~60년생이다. 이들은 2016년으로 예정된 정년 60살 연장에 따라 정년이 늘어나는 사람들이다. 정년 연장으로 갑자기 인건비가 늘어나는 부분을 ‘강제 명예퇴직’으로 해소하는 모습이다. 케이티는 이번 명예퇴직 대상 직원들의 자리 옆에 짐 쌀 때 쓰라며 빈 상자(사진)까지 갖다놓고 있다. 케이티 노동자 현장조직인 민주동지회와 노동인권센터는 15일 서울 광화문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케이티 인력 구조조정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반사회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조태욱 케이티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은 “그동안 비밀리에 써먹던 인력 퇴출 프로그램이 이번에는 공개적으로 가동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명 ‘시피’(CP)로 불리던 케이티 인력 퇴출 프로그램은 지난해 4월 대법원에서 불법으로 확정 판결됐다. 이에 케이티 내부에서는 민주동지회를 중심으로 회사 쪽의 구조조정 계획에 합의해준 노동조합 집행부에 대한 탄핵 움직임도 일고 있다. 이미 조합원 총회 소집 서명이 시작됐다. 회사 쪽은 총회 소집 서명활동을 벌이는 민주동지회 간부 직원들을 ‘조직 질서 문란’으로 잇따라 징계위에 회부해 논란이 되고 있다.

케이티는 녹취록 내용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사진 케이티 수도권본부 직원 제공

공식 SNS [통하니] [트위터] [미투데이] | 구독신청 [한겨레신문] [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