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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통시장 서킷 브레이커 맹점 악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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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시장 과열에 따른 불법 보조금 경쟁 등 폐해를 막기 위해 사실상 도입 결정을 내린 번호이동 자율제한 제도가 이통사들과의 협의 단계에서 벌써부터 실효성 우려를 낳고 있다.

증권시장의 서킷 브레이커와 유사한 이 제도는 과징금과 영업정지 등 징계로도 혼탁한 시장 상황이 개선되지 않자 당국이 고심 끝에 내놓은 추가적인 규제 정책이다.

방통위에서 시장 과열로 판단하는 일정 번호이동 건수를 넘으면 각 사의 번호이동 전산망을 차단해 그 이상의 번호이동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번호이동 가입은 타사에서 자사로 가입 통신사를 바꾸는 것이어서 3사간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이다.

방통위는 이런 방법을 통해 한 통신사가 특정기간에 번호이동 가입자 수를 일방적으로 늘리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이에 따라 경쟁사들의 맞대응도 줄어들므로 결국 불법 보조금을 쏟아붓는 폐해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각종 규제와 감시를 피하는 편법 노하우를 쌓아온 이통사들이 서킷 브레이커의 빈틈을 비집고 또 다른 편법을 구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예약 가입과 같은 편법을 구사하는 경우다. 서킷 브레이커 발동 기준을 넘겨 번호이동 가입자를 받더라도, 이를 가입 당일 전산망에 다 올리지 않고 며칠에 걸쳐 분산시켜 등록하는 수법으로 발동을 피하는 것이다. 최근 영업정지 기간 중인 통신사가 실제 이런 방법으로 가입자를 유치하는 행태가 발견돼 당국으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이런 편법을 차단하기 위해 서킷 브레이커의 발동 기준을 일일 단위가 아닌 3~5일 단위로 적용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반대로 고의적으로 서킷 브레이커를 발동시키는 수법도 나올 수 있다. ‘치고 빠지기’ 식으로 빠르게 발동 기준 이상의 번호이동 가입자를 모은 후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되면 경쟁사는 뒤늦게 대응하려 해도 번호이동이 중단됐기 때문에 최소한의 만회도 하지 못한 채 영업을 포기해야 한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시행방안이 나오지 않아 서킷 브레이커가 세부적으로 어떤 기준과 운용 내용으로 구성될지 예측하기 힘들다”면서도 “편법을 완전히 차단하는 대책은 현실적으로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부작용이다. 서킷 브레이커의 발동 요건이 엄격해질수록, 그에 따른 번호이동 영업 중단 기간이 길어져 소비자들과 일선 영업점이 손실을 본다는 점은 기존의 영업정지 규제와 다를 게 없다.

한 통신사 대리점 업주는 “규제를 만드는 데는 반대하지 않지만, 그로 인해 생길 부작용과 소상공인의 피해는 최소화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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