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아베改憲 비판한 '150원짜리 책'… 파는 서점 없어도 20만부 히트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살아있는 일본의 양심

인터넷서만 파는 8쪽 소책자

젊은 변호사 모임이 제작… 일본 시민들이 적극 구매

조선일보

일본에서 판매하는 서점이 한 곳도 없는데도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 있다. 자민당의 개헌안을 정면 비판한 '헌법이 바뀌면 어떻게 될까?'〈사진〉이다. '내일의 자유를 지키는 젊은 변호사 모임'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판매하고 있지만, 작년 3월 출판 이후 20만부가 나갔다. 주머니에 들어갈 수 있는 8쪽의 소책자로 가격은 단돈 15엔(150원). 시민들이 수십 권씩 사서 병원, 카페, 미장원에 비치하기도 한다. 동영상 버전도 유튜브에 공개돼 있어 책자 내용을 접한 사람은 훨씬 많다.

책자를 만든 '젊은 변호사 모임'은 전쟁을 금지한 평화헌법을 개정하겠다고 공약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출범을 계기로 작년 1월에 결성된 단체다. 사무국장인 하야타 유후코(早田由布子·31) 변호사는 "자민당의 개헌안은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만들 뿐 아니라 표현의 자유, 사회복지제도까지 허물 수 있는 독소조항이 많다"면서 "이를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알릴 방법을 고민한 결과가 소책자"라고 말했다. 기존 개헌 반대 서적이 법률 해설 위주의 딱딱한 문장이 많아 젊은 층이 다가가기 쉽지 않다는 점에 착안, 천연색 삽화와 구어체의 쉬운 문장 위주로 만들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헌법을 바꾸게 해서는 안 됩니다. 모두 함께 헌법에 대해 생각해봅시다"로 시작하는 소책자는 국가와 국민의 관계, 국방군과 전쟁 참가, 표현의 자유 제한, 사회복지 수준 저하 등의 항목으로 나눠 개헌안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책자는 "자민당 개헌안은 국가가 정한 범위 내에서만 (개인의) 자유를 인정하는 등 기존 헌법의 근간을 바꾼다"면서 "개헌이 이뤄져 군대가 만들어지면 동맹을 맺고 있는 다른 나라 전쟁에 참전하고 국민의 행동과 재산권이 제한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변호사 모임은 아베 총리가 헌법 해석 변경을 통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본격 추진하자 2월에는 소책자 2탄으로 '2분에 알 수 있는 집단적 자위권 A to Z'도 펴냈다. 역시 홈페이지에서 15엔에 판매하고 있으며, 벌써 10만 부가 나갔다. 일문일답식 해설이 특징. 이 책자도 동영상 버전이 만들어져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하야타 변호사는 "개헌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동영상을 만들어 공개하고 있다"면서 "젊은 층이 헌법 문제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쿄=차학봉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