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亞 순방, 美·中·日 전문가 진단] ① 더글러스 팔 美 카네기평화재단 부회장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번 한국과 일본 방문을 통해 양국 간 역사 및 영토 갈등 문제를 중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나 한·일 양국 간 대립 관계가 해소되지 않았을 때 한국과 일본뿐 아니라 미국이 치르게 될 대가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충분히 설명할 것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순방에 대한 기대치를 지나치게 높게 잡는 것은 어느 나라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더글러스 팔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재단 부회장은 16일(현지시간)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순방에서 직면할 가장 큰 도전은.
“무엇보다 미국의 핵심 우방인 한국과 일본 간 대립과 마찰이 가장 큰 도전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헤이그에서 박 대통령 및 아베 총리와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성사시킴으로써 표면적으로는 성공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또 3국 정상회담 이후에 한국과 일본이 군대 위안부 문제를 논의하는 당국자 회담을 하게 됐다. 한·일 갈등 문제와 함께 북한의 호전적인 행동을 억제하는 문제가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어젠다가 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과 한국 순서로 방문하는데 양국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가.
“오바마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한·일 간 갈등 문제를 언급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문제를 어디까지나 사적이고, 비공개적인 형식으로 다룰 것이다. 그가 한·일 양국의 지도자와 양국 간 역사 및 영토 갈등 문제를 논의해도 그 내용이 공개되기는 어렵다. 오바마 대통령은 실질적인 논의 내용과 관계없이 공식 석상에서 한·미, 미·일 동맹 및 한·미·일 3각 협력 체제의 중요성만을 애써 강조할 것이다.”
―중국은 아베 총리의 과거사 부정 및 수정주의 역사관을 내세워 한국과 한배를 타게 되는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한·일 간 관계가 악화 된다고 해서 그 반작용으로 한국과 중국이 역사 문제를 놓고 협력 관계를 구축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한국과 중국이 협력해야 할 분야는 일본 문제가 아니라 북한 문제 및 경제 교류이다. 한국과 중국이 북한 문제 등을 놓고 협력할 수 있다면 지역 안보와 세계 평화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한국은 일본도 경제 및 안보 분야에서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면 안 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 정부가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실망감을 표시했는데 이 문제는 어떻게 정리될 수 있나.
“아베 총리가 일본 경제 활성화와 미·일 동맹 복원에 기여한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가 신사 참배 등으로 이 지역 공통의 이해를 침해한 것도 사실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베 총리가 전자 쪽을 더욱 강화하면서 후자 쪽 문제를 누그러뜨리기를 바라는 뜻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한·미·일 3각 협력 관계가 이번에 복원되는 전기를 맞게 되나.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에 3각 협력 체제 복원에 공을 들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방문의 성패가 3각 체제 복원 여부로 판가름나는 게 아니다. 그가 애초 일정에 없던 한국을 방문함으로써 한국 측에 이미 메시지를 던졌다.”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대응책과 박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은 어떻게 다뤄질 것인가.
“한·미 양국은 중국의 협력을 얻어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으려 들 것이다. 박 대통령의 통일 이니셔티브가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차단하려는 미국의 이해를 침해하지 않는 한 오바마 대통령이 박 대통령의 행보를 막을 이유가 없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 더글러스 팔 부회장은…
▲브라운대 중국학과 졸 ▲하버드대 아시아 역사학 박사 ▲미 중앙정보국(CIA) 선임 분석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 ▲대통령 외교안보 특보 ▲미국의 대만 대표부 대표 ▲JP 모건체이스 국제 담당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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