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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美, 한·일 갈등 지속 땐 치를 대가 설명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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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亞 순방, 美·中·日 전문가 진단] ① 더글러스 팔 美 카네기평화재단 부회장

동북아 정세가 중대 고비를 맞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3일부터 일본과 한국 등의 순으로 아시아지역을 찾는다. 과거사와 영토 분쟁으로 한국과 일본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북한의 4차 핵실험 예고로 한반도의 안보 정세가 흔들리는 상황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순방에서 한·미·일 3각 공조 체제를 복원하고, 북한 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지 주목된다. 국제사회의 공룡으로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그의 행보도 관심사다. 본지는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의미와 전망을 5회에 걸친 해외 전문가 인터뷰 시리즈를 통해 심층 진단해본다.

세계일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번 한국과 일본 방문을 통해 양국 간 역사 및 영토 갈등 문제를 중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나 한·일 양국 간 대립 관계가 해소되지 않았을 때 한국과 일본뿐 아니라 미국이 치르게 될 대가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충분히 설명할 것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순방에 대한 기대치를 지나치게 높게 잡는 것은 어느 나라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더글러스 팔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재단 부회장은 16일(현지시간)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순방에서 직면할 가장 큰 도전은.

“무엇보다 미국의 핵심 우방인 한국과 일본 간 대립과 마찰이 가장 큰 도전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헤이그에서 박 대통령 및 아베 총리와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성사시킴으로써 표면적으로는 성공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또 3국 정상회담 이후에 한국과 일본이 군대 위안부 문제를 논의하는 당국자 회담을 하게 됐다. 한·일 갈등 문제와 함께 북한의 호전적인 행동을 억제하는 문제가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어젠다가 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과 한국 순서로 방문하는데 양국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가.

“오바마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한·일 간 갈등 문제를 언급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문제를 어디까지나 사적이고, 비공개적인 형식으로 다룰 것이다. 그가 한·일 양국의 지도자와 양국 간 역사 및 영토 갈등 문제를 논의해도 그 내용이 공개되기는 어렵다. 오바마 대통령은 실질적인 논의 내용과 관계없이 공식 석상에서 한·미, 미·일 동맹 및 한·미·일 3각 협력 체제의 중요성만을 애써 강조할 것이다.”

―중국은 아베 총리의 과거사 부정 및 수정주의 역사관을 내세워 한국과 한배를 타게 되는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한·일 간 관계가 악화 된다고 해서 그 반작용으로 한국과 중국이 역사 문제를 놓고 협력 관계를 구축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한국과 중국이 협력해야 할 분야는 일본 문제가 아니라 북한 문제 및 경제 교류이다. 한국과 중국이 북한 문제 등을 놓고 협력할 수 있다면 지역 안보와 세계 평화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한국은 일본도 경제 및 안보 분야에서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면 안 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 정부가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실망감을 표시했는데 이 문제는 어떻게 정리될 수 있나.

“아베 총리가 일본 경제 활성화와 미·일 동맹 복원에 기여한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가 신사 참배 등으로 이 지역 공통의 이해를 침해한 것도 사실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베 총리가 전자 쪽을 더욱 강화하면서 후자 쪽 문제를 누그러뜨리기를 바라는 뜻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한·미·일 3각 협력 관계가 이번에 복원되는 전기를 맞게 되나.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에 3각 협력 체제 복원에 공을 들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방문의 성패가 3각 체제 복원 여부로 판가름나는 게 아니다. 그가 애초 일정에 없던 한국을 방문함으로써 한국 측에 이미 메시지를 던졌다.”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대응책과 박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은 어떻게 다뤄질 것인가.

“한·미 양국은 중국의 협력을 얻어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으려 들 것이다. 박 대통령의 통일 이니셔티브가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차단하려는 미국의 이해를 침해하지 않는 한 오바마 대통령이 박 대통령의 행보를 막을 이유가 없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 더글러스 팔 부회장은…

▲브라운대 중국학과 졸 ▲하버드대 아시아 역사학 박사 ▲미 중앙정보국(CIA) 선임 분석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 ▲대통령 외교안보 특보 ▲미국의 대만 대표부 대표 ▲JP 모건체이스 국제 담당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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