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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얼굴 100바늘 꿰맸다, 난 오늘도 스틱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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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이스하키 에이스 박우상

의사가 말려도 "평창 위해 출전"

20일 고양서 세계선수권 개막

중앙일보

일곱 번의 대수술, 얼굴만 100바늘 넘게 꿰맸다. 발목·어깨·종아리·코·턱 등 수술을 하지 않은 곳이 없다.

“그래도 난 스틱을 잡겠다. 아이스하키는 내 인생의 전부다.” 한국 아이스하키 간판 박우상(29·대명 상무·사진). 1m91㎝, 96㎏. 곰 같은 거구에다 얼굴은 상처 투성이다. 16일 서울 강서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대수롭지 않은 듯 웃고 있었다. 지난 2월 대명 상무에서 훈련 중 안면골절 부상을 당했다. 의사의 만류에도 박우상은 보호대를 풀고 20일 경기도 고양에서 개막하는 2014 IIHF(국제아이스하키연맹)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A(2부 리그)를 준비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6개국 중 2위 이내에 들면 내년에는 1부리그 격인 IIHF 월드챔피언십으로 승격한다. 최하위는 3부 리그인 디비전1 그룹B로 떨어진다. 승격하면 좋지만, 적어도 강등돼선 안 된다. 2승 정도 거두며 잔류하는 게 현실적 목표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개최국 자동 진출권을 얻으려면 무엇보다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박우상은 “스케이팅을 할 때마다 얼굴이 욱신거린다”면서도 출전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변선욱(50) 감독을 설득해 대표팀에 들어갔다. 변 감독은 박우상 이야기가 나오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쉬라고 해도 막무가내다. 스스로 보호대도 빼고 뛰려고 하니 걱정된다”면서도 “지난 10년 동안 대표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완전한 컨디션은 아니지만 우상이의 득점력은 팀 전력에 큰 도움이 된다”고 기대했다.

그는 몸싸움을 즐긴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아시아의 맹주 일본, 유럽 강호 헝가리·오스트리아·우크라이나·슬로베니아와 격돌한다. 박우상은 “하키는 기싸움이다. 힘에서 밀리면 스피드로 제압하면 된다”고 힘차게 말했다. 2011~2012시즌 영국 아이스하키리그(EIHL)의 코벤트리 블레이즈에서 뛴 경험도 있어 유럽 선수에게도 주눅들지 않는다. 거칠기로 악명 높은 영국 무대에서도 7골·17도움(43경기)을 기록했다. 지난해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브락 라던스키(31·안양 한라)는 “우상이는 개인기도 좋지만 체격 조건과 자신감이 좋다. 외국 선수와 붙어도 밀리지 않는다”고 인정했다.

박우상은 중학교부터 연세대까지 함께 다닌 김기성(29·대명 상무)과 함께 한국 아이스하키의 황금기를 열 주역으로 꼽힌다. 둘이 국가대표팀에 몸담은 지난 10년 동안 한국의 세계랭킹은 33위에서 23위로 10계단이나 올랐다. 지난 2012년 박우상은 김기성과 함께 국군체육부대 팀인 대명 상무에 입단했다. 그 덕분에 상무는 외국인 선수 하나 없이 2013~2014 아시아리그에서 2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30골·27도움(40경기)을 기록한 박우상은 시즌 베스트6에 이름을 올렸다.

박우상은 “의사 선생님이 격렬한 경기는 무리라고 했지만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 꼭 뛰고 싶다”며 “24일 일본을 상대한다. 대표팀 경기에서 한국은 한 번도 일본을 이긴 적이 없다. 이번에는 홈에서 열리는 만큼 꼭 승리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일본과 역대 전적은 1무18패다.

김민규 기자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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