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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케이블·종편 따라하기… 체면만 구겨버린 지상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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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형식 고스란히 베끼고 스타덤 출연진 섭외 안간힘 불구

저조한 시청률로 마침표 수모도… "킬러 콘텐츠 부족 자업자득" 평가

한국일보

JTBC ‘썰전’의 ‘주간떡밥’은 김구라, 이윤석, 허지웅 등이 방송가 핫이슈에 대해 주거니 받거니 논평하는 코너다. 주로 지상파 방송의 문제점을 꼬집는다. JTBC 제공


지상파 방송사들이 인기 높은 케이블TV나 종합편성채널의 프로그램 포맷을 그대로 따르고도 신통한 시청자 반응을 얻어내지 못하는 이른바 '지상파의 굴욕'이 잇따르고 있다. 방송가에선 이를 놓고 "지상파 방송의 자존심을 지키지 못한 결과"라는 거친 평가도 나온다.

KBS가 케이블 채널 tvN '꽃보다 할배'의 포맷을 베껴 방영했던 예능프로 '엄마가 있는 풍경 마마도'가 지난 3일 3.4%(닐슨코리아 제공)라는 저조한 시청률로 쓸쓸히 퇴장했다. '꽃보다 할배'의 여배우 버전으로 꾸려졌던 '엄마가 있는…'가 8개월 간 평균 5% 미만의 시청률로 화제를 모으지 못한 채 끝을 맺어 KBS의 킬러 콘텐츠 부재가 얼마나 심각한지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KBS는 이번 봄 개편에선 종합편성채널이 적은 제작비로 쏠쏠한 재미를 봐온 낮 시간대 시사토론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정치 이슈를 다루는 새 프로 KBS '시사 진단'(오후 4시 방영)은 종편에서 봐왔던 형식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터라 대체적으로 신선한 면을 찾아볼 수 없다는 반응이다.

지상파 방송이 케이블 채널이나 종편 프로그램 형식을 가져다 쓰는 것도 모자라 이들 방송사 프로에서 인기를 얻은 스타들을 기용하는 '역행'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지난 2월말 막을 내린 tvN '더 지니어스' 시즌3에서 인간미를 물씬 풍기며 신선한 이미지를 줬던 전 프로게이머 홍진호가 대표적인 사례다. 인지도가 올라간 그를 지상파 방송사의 많은 예능프로그램이 섭외해 출연시킨 것이다. KBS는 '비타민'(3월12일 방영), '1대100'(3월25일 방영), '해피투게더'(4월10일 방영) 등에 홍진호를 출연시켰고, MBC도 '나 혼자 산다'(2월14일)에서 홍진호의 집과 일상을 공개하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미스코리아 출신 임지연도 마찬가지. 그가 지난해 여름 JTBC '미스코리아-비밀의 화원'에 등장해 결혼과 이혼 등 일상을 공개하면서 이슈가 되자 MBC '세바퀴', KBS '풀하우스' 등이 잇따라 섭외에 나선 것이다. KBS의 한 관계자는 "화제가 되는 인물을 섭외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지만, 방송인 전현무 사태를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최근 KBS 스포츠국은 6월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퇴사 사원은 3년간 자사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없다'는 사규를 무시한 채 2012년 퇴사한 전현무를 캐스터로 기용하려 했다. 하지만 퇴사 후 케이블과 종편을 종횡무진하며 인기 진행자로 급부상한 그를 어떻게든 잡으려 했던 KBS의 시도는 노조와 부딪혔고, 결국 '전현무 기용'은 백지화됐다. 봄 개편 설명회에서 '공영성을 올리고 수신료를 실현하겠다'던 KBS는 공영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꼴을 자초한 것이다.

한편 종편들은 이 같은 '지상파의 굴욕'을 도마 위에 올려 해당 방송사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17일 방영되는 JTBC'썰전'은 유재석을 전면에 내세운 KBS 파일럿 프로그램 '나는 남자다'가 정규 편성을 받을 수 있을 지를 논한다. 종편이 지상파 방송의 프로그램 수명까지 진단하고 나선 것이다. 이미 '썰전'은 10일 방송에서 지상파의 주말 예능 프로그램의 고무줄 편성을 신랄하게 비판한 바 있다. 김구라는 "시청률 그래프를 보면 다른 방송사보다 조금이라도 빨리 방송을 시작하는 프로그램이 그만큼 시청률을 선점하기 쉽다"며 시청률을 위해 편성시간을 보다 앞당겨 방송하는 지상파의 관행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윤석도 "미니스커트가 짧아지다 보면 그때부터 치마가 아닌 허리띠가 된다"며 "이렇게 방송시간이 앞당겨지다간 저녁 예능이 아니라 아침 예능이 돼버릴 것"이라 꼬집었다.

방송가의 한 관계자는 "지상파가 이렇다 할 콘텐츠를 내놓지 못하면서 생기는 자업자득의 형국"이라며 "지상파 방송사가 능력 있는 PD 등 제작진을 지켜내지 못하고 케이블이나 종편으로 내어주면서 빚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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