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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방역요원 "AI 전염되면 죄인 된 기분…"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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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 전파 위험 관리 허술

<앵커>

농식품부가 만든 긴급 행동 지침입니다. 고병원성 AI가 확진된 농가의 경우 농장주는 7일, 현장 방역팀은 적어도 2주일 동안 다른 농장 출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를 옮길까 봐 그런 겁니다. 이렇게 지침을 만들어 놨지만, 내부엔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습니다. 현장에 투입됐던 일부 방역 요원들이 바로 자신들이 AI를 퍼트리고 다닌 매개체였을지도 모르겠다고 증언했습니다.

박현석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방역사 A : 저희는 그 위험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많이 불안하죠. 제가 (AI 바이러스의) 매개체가 될 수가 있기 때문에.]

[방역사 B/방역본부 노조 관계자 : 방역 지침대로 제대로 지켜지기만 했더라도 AI 확산이나 이런 부분은 조기에 차단이 될 수 있지 않았나 그런 안타까움이 남는거죠.]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직원들이 내부 업무일지와 함께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놨습니다.

살처분 현장에 다녀온 방역사와 차량이 바로 다음날 멀쩡한 농가에 가서 시료를 채취하는가 하면, 철새 분변을 수거한 이튿날 재래시장에서 닭과 오리의 피를 뽑는 검사 업무도 수행했습니다.

모두 방역 규정에 어긋나는 행위입니다.

[방역사 C : 소독을 여러 번 했어도 의구심이 많이 들었죠. (제가) 양성 농장에 갔다 왔던 사람인데, (다른) 그 농장에 AI가 전염되면, 죄인이 된 기분이… ]

방역사들 간의 간접 전파 위험에 대한 관리도 허술했습니다.

최소 2주일 동안 격리토록 한 방역 요원들은 살처분 농가에 다녀온 뒤에도, 멀쩡한 농가에 가야 하는 직원과 같은 사무실에서 거의 매일 만났습니다.

격리원칙을 무시한 채 방역사들이 쉴새 없이 불려다닌 이유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인력 때문입니다.

국내 가축 방역사는 모두 205명입니다.

축산 농가는 17만 곳이 넘어 방역사 한 사람이 농가 800여 곳을 맡아야 했습니다.

초동 방역은 3인 1조가 원칙이지만, 혼자 8일 넘게 현장에 투입된 경우도 20건이 넘습니다.

자치단체 공무원이나 지역 인사가 위생 복장조차 갖추지 않은 채 방역 현장을 드나들기도 했습니다.

[방역사 D : 예산을 주는 곳이 지자체 공무원들인데, '나 들어가겠다', 이렇게 강압적으로 나오면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대부분 무기계약직인 방역사의 현장 통제는 무시되기 일쑤였다는 겁니다.

이런 문제점에 대해 방역본부 측은 긴급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합니다.

[가축위생방역본부 관계자 : 그런(긴급) 상황을 감안해서 인력을 미리 운영한다는 건 힘들죠. 저희뿐 아니라 다른 데도 힘들겁니다.]

방역의 기본도 지켜지지 않은 상태에서 방역 당국은 AI확산을 차단하겠다며 일시이동중지 명령을 2차례나 내렸고, 그럼에도 AI는 전국으로 계속 확산됐습니다.

(영상취재 : 박대영·주 범·김흥기, 영상편집 : 우기정)

[박현석 기자 zes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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